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 자동차 수요가 크게 줄고 있다. 2007년 세계 신차 판매는 7000만 대에 육박했으나 올해는 6000만 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말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회사 회장들은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처지에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의회 청문회에 갔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자가용 비행기만 타고 다니는 방만한 경영 행태가 위기를 불렀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미 행정부와 의회는 빅3에 194억 달러(약 25조8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확정했고 2차 지원을 논의 중이다.
▷미국이 구제금융을 결정하자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도 질세라 따라나섰다.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지급이 단골 메뉴다. 우리 정부도 5월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노후 차량을 새 차로 바꾸면 세금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차종에 따라 200만∼300만 원 싸진다. 세수는 줄어들지만 미국처럼 자동차업계가 어려워진 뒤에 세금으로 도와줄 바엔 미리 지원을 하는 게 싸게 먹힌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자동차 판촉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데 대한 국민 심기는 결코 편치 않다.
▷월급을 많이 받으면서도 툭하면 파업을 하는 자동차회사 노조들이 크게 밉보여 온 터다. 현대자동차 직원 평균 임금은 미국 앨라배마 현지공장보다 높지만 생산성은 낮다. 중국 자동차회사의 임금 수준은 우리의 몇 분의 1에 불과하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더 높다. 자영업이 무너지고 비정규직과 실업자들의 한숨소리가 큰데,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5000만 원 안팎이거나 그 이상인 기업을 무작정 지원할 수는 없다. 지원을 받는 자동차회사 노사(勞使)의 고통 분담과 자구노력이 있어야 한다.
▷미국은 자동차회사에 대한 지원이 철저히 조건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동차업체들이 구조조정 의지를 보여줄 경우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고 하자 GM은 즉각 자동차노조(UAW) 소속 시간제 근로자 7500명과 퇴직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제 “정부 지원에 앞서 자동차업계 노사가 고통 분담을 통한 특단의 자구책을 공동으로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자구책이 세금 감면보다 앞서야 정상이다. 이들이 배짱을 부리면 정책적 제재라도 해야 한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