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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교수 승진 대상자 절반이상 심사 통과 못했다

입력 | 2009-03-28 02:59:00


서울대 정교수 승진 심사 대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스스로 심사를 포기하거나 심사에서 탈락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서울대는 승진심사와 정년보장(테뉴어) 심사를 분리하는 등 교수 평가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어서 대학가의 ‘교수 철밥통’ 깨기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올해 1학기 정교수 승진 심사 대상 부교수 61명 중 28명(45.9%)만이 심사를 통과해 4월 1일자로 승진하게 된다고 27일 밝혔다. 나머지 33명의 부교수는 소속 단과대나 대학본부의 승진 심사에서 탈락했거나 스스로 승진 심사를 미뤘다.

최근 3년간 서울대 정교수 승진율은 2006년 72.8%, 2007년 63.9%, 2008년 53.8%로 빠르게 낮아지는 추세였지만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교수의 경우 승진 대상 조교수 42명 가운데 28명이 심사를 통과해 66.7%의 승진율을 보였다. 나머지 14명은 스스로 심사를 유보했거나 탈락했다.

김명환 교무처장은 “대학본부가 승진 심사를 강화하면서 아예 승진 심사를 신청하지 않는 교수가 늘었다”며 “심사 유보가 늘어난 것은 대학본부의 승진 심사 강화 조치가 교수들에게 압박이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심사 유보자들은 단과대 차원의 승진 심사 기준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자연대나 의대에서 주로 나왔다는 후문이다.

서울대는 이번 승진 심사에서 심사위원들이 개별 논문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총괄평가를 하도록 하고, 학과장 추천서도 해당 교수의 연구업적을 구체화하는 등 질적 평가를 크게 강화했다.

한편 서울대는 교수들이 승진 심사를 계속 미루는 것을 막기 위해 승진 대상자가 된 지 2년 내에 심사를 신청하지 않으면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간주해 향후 2년 동안 심사신청을 못하게 하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대는 현행 승진 관련 규정을 개정해 승진과 정년보장을 구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 정교수로 승진해도 정년이 보장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어 교수들이 긴장하고 있다.

사범대의 한 교수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교수들이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에만 매달릴 수 있다”며 “연구의 질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학문적 특성을 고려해 획일적인 평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