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증여후 5년 지나면 상속세 계산할 때 제외
[Q]손자에게 증여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데….
최근 자산가치가 낮아진 틈을 이용해 미리 손자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손자에게 증여하는 ‘세대생략 증여’는 자녀에게 증여할 때보다 30% 더 많은 증여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큰 절세효과가 있을 때만 활용해야 한다. 손자에게 증여하는 방법은 자녀 세대에게 먼저 증여한 뒤 추가로 증여할 때 높은 증여세율을 피해 가기 위해 많이 활용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김모 씨(72)는 3년 전 자녀에게 증여가액 6억 원의 주택을 증여했다. 그리고 최근 가격이 낮아진 주식 1억 원어치를 추가로 증여하려는데 30%의 세율이 적용돼 약 27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미성년자인 손자에게 증여한다면 3분의 1 수준인 990만 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손자가 증여 받을 때 증여공제(미성년자 1500만 원, 성인 3000만 원)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세율도 10%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손자에 대한 증여는 조부모의 상속 재산이 많을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현행 상속세법에서는 상속세 과세표준이 10억 원을 초과할 경우 40%, 30억 원을 초과할 경우 50%가 적용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미리 자녀들에게 증여하더라도 증여 후 10년 내에 사망하면 다시 상속 재산에 전액 합산돼 높은 상속세율을 피해 가지 못한다.
하지만 손자에게 증여한 뒤 5년이 지나면 상속세 계산 시 전액 제외되므로 높은 상속세율을 피해갈 수 있다.
김 씨가 6년 뒤에 상속을 하고 상속세율은 40%가 적용된다고 가정해 보자. 주식 1억 원을 자녀에게 증여했다면 상속 재산에 합산돼 40%의 세율로 정산해 추가로 1000만 원가량의 상속세를 더 내야 한다. 하지만 손자에게 증여했다면 추가로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자녀 세대가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활용하기도 한다. 오모 씨(59)는 자녀 명의로 주택을 마련해 주려고 하는데 자금출처조사를 대비해 그동안 아들의 소득을 모두 합해 보니 양도 대금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 오 씨가 아들에게 2억 원 정도를 증여해야 할 상황이다.
이때 예상되는 증여세는 2160만 원. 그러나 오 씨의 아버지가 손자에게 1억 원을 증여하고 오 씨가 나머지 1억 원을 증여한다면 총증여세는 1720만 원으로 440만 원 정도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손자에게 증여하는 방법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상속세 대상이 아니거나 상속세율이 높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손자에 대한 증여가 무의미하다.
상속세 대상이 아닌 할아버지가 미성년자인 손자에게 5000만 원을 증여한 경우 증여세로 410만 원을 내야 하는데 이를 자녀에게 상속세 없이 상속으로 물려주고 자녀가 이를 다시 손자에게 증여하면 315만 원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손자에 대한 증여세는 30% 할증이 되기 때문에 미리 절세효과를 철저하게 따져보고 실천하는 것이 좋다. 특히 정부에서 추진 중인 상속증여세 세율 인하도 지켜보면서 결정하기를 권한다.
최용준 미래에셋증권 세무컨설팅팀 세무사
정리=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