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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TV속에 삼성부품 있다

입력 | 2009-03-28 03:03:00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기에서 부품을 공급받기로 하면서 전자업계의 경쟁자 간 협력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과 LG는 암묵적으로 계열사 구매를 우선해왔다.

2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LG디스플레이에 TV용 발광다이오드(LED) 부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 부품이 사용된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은 LG전자가 5월 양산할 예정인 LED TV에 사용된다.

당초 LG디스플레이는 관련 부품을 계열사인 LG이노텍에서 공급받아 TV용 패널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LG이노텍의 양산이 지연되면서 삼성전기 부품을 사용키로 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G이노텍이 경쟁력을 갖춘 TV용 LED 모듈을 생산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삼성전기 부품을 사용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에서 경쟁사 간 협력은 종종 있는 사례다. 산업의 특성상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시장 변화가 급박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LG가 삼성전기에서 부품을 받기로 한 것 역시 LED TV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의 파트너십은 전자업계의 대표적인 경쟁자 간 협력사례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2004년 2조1000억 원을 투자해 LCD 합작사 s-LCD를 설립했다.

양사는 지난해 s-LCD의 8-2라인 건설을 위한 투자계약을 하고 1조8000억 원을 공동 투자해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다. 이 라인에서 생산된 50인치 이상 TV용 패널은 삼성전자와 소니에 절반씩 할당될 예정이다. 양사의 협력은 패널 크기를 키우기 위해 거액의 투자를 해야 하는 LCD산업의 특성상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키우는 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경쟁사 간 협력 관계는 언제나 깨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한편 이번 삼성-LG의 부품 공급을 계기로 양측의 LCD 패널 교차 구매가 언제 이뤄질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과 LG는 17인치와 20인치 등 서로 생산하지 않는 크기의 모니터용 LCD를 교차 구매하는 협상을 지난해부터 진행해 왔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양측은 그동안 모자라는 패널을 대만에서 조달해 왔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