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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번지’ 종로서 3선…친이친박서 중립지킨 외교안보통

입력 | 2009-03-28 03:03:00


■ 전격 소환조사 박진의원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27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가 지역구다. 외교안보 전문가로서 차세대 리더를 꿈꾸는 그가 이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만약 박 회장에게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정치 인생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외무고시에도 합격했던 그는 하버드대 석사와 옥스퍼드대 박사학위를 딴 뒤 영국 뉴캐슬대 조교수를 지내다 김영삼(YS) 정부 들어 대통령공보비서관으로 YS의 통역을 맡았다.

이후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그는 김대중(DJ) 정부가 들어설 무렵 DJ의 핵심 측근으로부터 청와대에 남아줄 것을 요청받았다. ‘YS 청와대’에서 일했지만 영어실력이 뛰어나고 전문성을 겸비한 그를 DJ가 쓰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YS를 모신 상황에서 다시 DJ를 모시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는 청와대를 나온 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특별보좌역으로 일하던 2002년 8월 그는 서울 종로 재·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당시 이 총재는 “너는 꼭 내 옆에 있어야 한다. 나를 떠나면 앞으로 정치인생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만류했지만 이 총재의 뜻을 거스르고 금배지를 달았다.

그가 경험한 인생의 첫 패배는 2006년 서울시장 경선에 나서려다 중도에 포기한 것이다.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명석한 두뇌와 타고난 친화력을 지녔지만 그에겐 정치적인 맷집과 뒷심이 없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 어느 한편에 서지 않고 중립을 지켜 ‘이명박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종로에서 맞붙어 3선에 성공했다. 박 의원은 사석에서 “외교통상부 장관을 꼭 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지난해 말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으로서 야당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단독 상정하는 과단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탄탄대로를 걸어온 박 의원이 이번 검찰 수사의 칼끝에 섰다. 박 의원은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26일 밤까지도 “박 씨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보도는 터무니없는 명예훼손”이라며 “(언론사에) 법적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