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문화재 200여점 한자리에
안익태 선생(1906∼1965)의 애국가 친필 악보(사진),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의 애환이 담긴 차(茶) 사발 등 국립중앙박물관 기증 유물 200여 점이 한꺼번에 공개된다.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국립중앙박물관은 31일∼7월 12일 박물관 기증문화재실에서 ‘기증으로 꽃피운 문화재 사랑-기증문화재 특별공개’전을 개최한다.
안익태 선생의 친필 애국가 악보는 2007년 안익태기념재단이 기증했다. 4쪽짜리 피아노 반주 악보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말으고 달또록’으로 시작하는 한글 애국가 가사가 적혀 있다.
일본의 고미술품 수집가였던 고(故) 후지이 다카아키의 부인과 아들이 지난해 기증한 ‘한글이 써 있는 차 사발’(18세기 제작 추정)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의 후예가 만든 사발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도공들의 심정을 보여준다. 밤에 조선인들의 모임에 나선 한 도공이 자신을 보고 짖는 개에게 도둑이 아니라고 조선말로 꾸짖은 뒤 개가 조용해지자 ‘그 개도 조선의 개라서 (말을 알아) 듣고 잠잠하구나’라고 생각하는 내용이 담겼다.
남궁련 전 대한조선공사 회장(1916∼2006) 유족이 2006년 기증한 문화재 256점 중 하나인 국보 145호 짐승얼굴무늬 풍로는 세 발이 달린 솥 모양의 몸체에 도깨비 얼굴을 형상화한 고려시대 작품이다. 부산 이성동내과 이성동 원장이 기증한 현존 최고(最古) ‘보통학교 조선어사전’(1925년)도 전시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박물관 후원회인 국립중앙박물관회는 30일 오후 5시 ‘기증·기부자의 밤’ 행사에서 유물 기증자 240여 명, 후원금 기부자 60여 명의 명패를 설치한 명예의 전당 제막식을 연다. 이날 행사에는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고려시대 화장 용기 등 문화재 200점을 기증한다. 기증 유물 중 청자분합(둥근 뚜껑이 있고 분을 담는 청자 그릇)은 수준 높은 문화재로 꼽힌다. 호림박물관 윤장섭 이사장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후원금 1억 원을 기부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