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티베트 망명 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정부가 ‘승인한’ 11대 ‘판첸 라마’ 기알첸 노르부(19·사진)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판첸 라마는 28일 장쑤(江蘇) 성 우시(無錫)에서 열린 제2회 세계불교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6분간 ‘유창한 영어’로 중국 정부의 티베트 통치가 이룬 성과에 대해 연설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 지도하에서 티베트는 현재 번영을 누리고 더 나은 미래를 갖게 됐다”고 칭송했다. 이는 달라이 라마가 11일 “중국 통치하의 티베트는 지옥”이라고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판첸 라마는 2006년 4월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제1회 세계불교포럼에서는 티베트어로 연설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영어로 연설한 것은 중국에 대한 충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8일 행사에는 47개국 1700여 명의 고승이 참가했다. 대중 앞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판첸 라마가 15일에는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에 “중국 공산당 덕분에 티베트가 해방됐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했다. 또 11일에는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는 ‘티베트민주개혁 50년 대규모 전람회’에 참석했다.
중국은 올해 처음으로 ‘티베트 봉기 50주년’인 28일을 ‘농노 해방의 날’로 지정했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농노 해방일 지정은 의도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판첸 라마는 티베트에서 달라이 라마에 이어 두 번째 정신적 지도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