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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4월 정치쇼’는 1인독재 피로감 해소용?

입력 | 2009-03-30 03:02:00


집권1~3기 형식적 구분… 정권연장 정당성 선전

최고인민회의 소집 등 1998년과 같은 수순 밟아

■ 北 미사일 발사 진짜 의도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연출하고 권력엘리트들이 출연하는 ‘4월 정치 쇼’로 불린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대회(우리의 국회) 소집, 법 개정과 지도부 인사 등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1998년 상황과 똑같다. 김 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1인 독재체제라는 점에서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북한의 움직임은 김 위원장 1인 독재의 영속성을 대외적으로 희석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장기 집권에 따른 인민 대중의 피로감을 풀기 위한 틀에 박힌 선전선동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일 체제에 ‘기수’는 없다=국내외 언론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김정일 체제 3기’ 시작을 알리는 ‘축포’에 비유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런 시기 구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손광주 데일리NK 편집장은 “북한은 변함없는 1인 절대주의 독재국가이며 거수기에 불과한 최고인민회의 기수로 북한 체제의 시기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김씨 부자 1인에게 국가의 모든 정치적 경제적 권력이 과도하게 몰린 봉건적 1인 독재국가다. 김 위원장은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된 후 1985년부터 실질적인 북한의 통치자로 군림했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4년부터 3년 동안의 유훈(遺訓) 통치를 거쳐 1998년 공식적인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1인 독재가 굳어지는 과정에서 국가 최고지도기관인 당은 무력화됐다. 당 대회는 김 위원장이 공식후계자가 된 1980년 이후 30년 가까이 열리지 않았다. 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1993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법 개정과 엘리트 인사도 형식적=1인 독재체제는 김 위원장이 1998년 대포동1호 미사일을 쏘고 제10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대회를 연 ‘1기’와 2003년 제11기 대의원대회를 연 이후인 ‘2기’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화됐을 뿐이다.

북한은 헌법을 개정해 당과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와 내각 등의 분권화를 표방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권화 정책은 김 위원장이 권력 핵심인 당과 군을 틀어쥐고 껍데기뿐인 입법권과 경제난으로 재정이 바닥난 행정부에 대한 책임을 떠넘긴 것에 불과했다. ▽정권 연장을 위한 선전선동=이 같은 사정은 ‘3기 체제’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음 달 9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대회에서 헌법을 개정하고 엘리트세대 교체를 단행해 김씨 부자 3대 세습을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1인 독재의 연장을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부가 형식적인 선거와 인사, 법 개정 등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독재와 가난에 지친 인민들을 달래려는 선동용이라고 지적했다.

신석호 기자·북한학 박사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