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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도 좋지만 캐릭터가 더 좋아” 팬덤문화의 진화

입력 | 2009-03-30 20:28:00


"지후 선배에 대한 마음을 광고합니다."

31일 종영을 앞둔 KBS2TV '꽃보다 남자' 김현중 팬들이 극중 역할인 윤지후 이름으로 기부를 하고 신문에 광고를 게재해 화제를 낳고 있다. 배우보다 배우가 맡은 역할에 대해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는 점에서 독특한 현상이다.

김현중의 극중 역할인 윤지후의 팬들은 윤지후가 좋아서 병이 날 지경이라는 뜻으로 '지후앓이'라고 불린다. 김현중의 기존 팬층인 10대~20대에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계기로 30~40대 누나, 아줌마 팬들이 새로 가세했다. 30~40대 팬들은 안정된 경제력과 사회 참여 의식을 바탕으로 10~20대와 다른 다양한 팬덤 문화를 낳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디씨인싸이드' '마이클럽' 등에서 활동하던 '지후앓이'들은 자발적으로 네이버에 '지후앓이s'(http://cafe.naver.com/jhre.cafe)라는 카페를 만들고 드라마 캐릭터를 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후앓이'들은 '꽃보다 남자' 종영일은 31일 한 일간지에 '굿바이 윤지후! 고맙다 김현중'이라는 제목으로 드라마 캐릭터에 작별을 고하는 광고를 낸다. "지후 선배를 만나게 해 줘서 고맙다" 등의 문구를 담아 윤지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십시일반 모금한 350만원을 27일 '아름다운 재단'을 찾아 윤지후의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 극중 윤지후가 항상 잔디를 지켜주는 자상한 성격에 비추어 볼 때 나눔을 실천 할만한 인물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지금까지 팬클럽이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한 적은 있었지만 드라마 캐릭터의 이름으로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름다운 재단' 측은 윤지후의 이름으로 된 기부증서와 감사패 등을 수여했고, '지후앓이'들은 김현중에게 직접 이를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드라마 명장면을 수록한 포토북과 팬들이 만든 뮤직비디오를 모아 만든 DVD 등도 함께 전달한다. (사진 윤지후_기부증명서.jpg+윤지후_기부카드.jpg)

30~40대 팬들은 단순히 배우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행위로서의 '팬질'(팬클럽 활동을 지칭하는 인터넷 용어)이 아니라 사회 참여적인 팬덤 문화를 창조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번 이벤트에 스탭으로 참여하고 있는 안모(31·서울 서대문구)씨는 "30~40대 누나 팬들은 지후 선배가 젊은 날의 열정을 되살렸다고 한다"며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를 바탕으로 사회 적 목소리를 내는 '팬질'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벤트를 위한 모금에 최고 40만원까지 기부한 팬도 있다.

김현중은 3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4500여 명의 팬들과 함께 '꽃보다 남자' 마지막 방송을 볼 예정이다. 팬들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 직접 장소를 대관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