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속도 빨라 차와 한몸된듯
부담스러웠던 소음까지 잡아
인간은 어떻게 운전을 할까.
눈에 비친 지형지물의 정보를 받아들인 뇌는 차가 도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운전대를 잡고 있는 손과 페달을 밟고 있는 발에 명령을 내린다. 운전자의 운동신경에 따라 이 과정은 0.1∼0.2초가 걸린다. 시속 100km로 달릴 때 이 반응 지체 시간 동안 차는 5m 안팎의 거리를 간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 반응이 근육의 동작으로 마무리된 뒤 차는 곧바로 움직여 줄까. 그렇지 않다. 페달이 눌리는 시간이 필요하고 운전대를 돌렸을 경우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수축하고 타이어 표면과 지면의 마찰이 변화한 뒤 차의 무게 이동이 일어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시 0.1∼0.2초가 필요한 것이다.
결국 인간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여 최종적으로 차가 반응하는 데는 최소한 0.2∼0.4초가 필요하다. 찰나 같은 시간이지만 시속 100km로 달릴 때 차는 10m 정도를 그냥 가버린다. 좌우 커브가 연속되는 길이라면 이 반응 지체 시간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게 다가온다. 커브를 따라 돌고 싶지만 차는 깔끔하게 따라와 주지 않는다.
생체의 반응 시간은 어쩔 수 없지만 기계적인 반응 지체 시간을 줄이기 위해 탄생한 자동차가 스포츠카이고 그 정점 부근에 포르셰 ‘박스터s’(사진)가 있다.
박스터s는 절대적인 출력이 높은 편이 아니지만 차가 반응 지체를 하는 0.1초를 크게 줄여 운전자와 ‘혼연일체’가 된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이번에 새로 나온 뉴 박스터s는 수동변속기 기반의 자동변속기인 ‘PDK’를 넣은 덕분에 이전 자동변속기 모델보다 훨씬 도로와 운전자가 직결된 느낌을 준다. 운전자의 뇌신경과 차의 기계적인 시스템이 바로 연결돼 있는 듯하다.
일반 승용차로 도로의 중앙선을 따라 돌면 자꾸 궤적을 빗나가서 수정을 해줘야 하지만 박스터s는 마치 레일 위의 열차처럼 정확히 의도한 대로 중앙선의 곡선을 따라 돌아나간다.
서스펜션도 탁월한 핸들링과 코너링 능력을 갉아먹지 않으면서 부드러워져서 일상적인 운전에서 승차감이 높아졌고 고속주행도 좀 더 안정적으로 변했다. 엔진은 최첨단 직분사 방식으로 변경돼 출력은 310마력으로 기존 모델에 비해 15마력 높아지면서도 거친 소음은 줄었다.
포르셰의 엔진음을 ‘노트(Note·음색)’라고 표현하며 칭송하는 팬이 많지만 사실 등 뒤에 엔진이 있는 미드십 스포츠카인 박스터의 엔진음은 때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뉴 박스터s는 ‘최고의 핸들링 머신’이라는 탄생 설화(說話)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출력은 훨씬 강해졌고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베이비 포르셰’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는 박스터s이지만 이제는 그 존재감이 더욱 커진 듯하다. 아, 잊은 게 있다. 코딱지만 한 차체에 불과하지만 1억2000만 원은 지불해야 온전한 박스터s를 소유할 수 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