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대통령 인척에게 줬다”
朴씨, 검찰서 진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인 2008년 2월 말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36)에게 5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50억 원)를 보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본보 20일자 A1면 참조
▶ “美거주 盧지인 계좌에 달러로 송금”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박 회장은 당시 검찰이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의혹을 신문하기도 전에 연 씨에게 거액을 건넸다고 먼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연 씨는 노건평 씨 큰딸의 남편으로 투자컨설팅 자문회사인 엘리쉬인베스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돈을 전달했다고 먼저 밝힌 것은 검찰에 부담을 주면서 일종의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 연 씨에게 거액을 건넨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이 언제 알았는지, 그 돈이 사용된 곳이 어딘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만약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전에 돈 전달 사실을 알았다면 노 전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수수죄로 처벌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최근에야 박 회장이 연 씨에게 돈을 보낸 사실을 알았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연 씨에게 전달된 돈이 박 회장의 해외 사업에 필요한 물품 공급 등을 위해 세워진 홍콩 APC사의 차명 배당 수익 6746만 달러의 일부인지, 500만 달러가 어떤 경로로 연 씨에게 건네졌는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APC 계좌 외에 별도의 홍콩 계좌를 관리한 단서를 발견했으며, 이들 계좌가 비자금 조성을 위한 새로운 창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홍콩 당국에 계좌추적을 위한 사법 공조를 요청했다.
또한 검찰은 APC 계좌를 추적한 결과 배당 수익의 일부가 박 회장의 국내 위장 계열사로 의심 받는 중소 건설 시행사인 DNS사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했다. DNS사는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로부터 경남 김해의 아파트 건설용지를 매입한 뒤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한편 검찰은 30일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경남 창원갑)이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경남도 선관위에 권 의원의 후원금 명세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날 민주당 서갑원 의원을 다시 소환해 박 회장 및 박 회장의 부탁을 받고 서 의원에게 수만 달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식당 강서회관 K 사장과 대질신문을 벌였다. 검찰은 이날 오후 서 의원을 돌려보냈으며, 서 의원과 한나라당 박진 의원을 포함해 박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또 다른 의원 4, 5명을 추가 소환 조사한 뒤 형사처벌 여부 및 수위를 일괄 결정할 방침이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