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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피플&피플즈/혜명단청박물관 문 여는 정성길 씨

입력 | 2009-03-31 06:50:00


“단청은 화려한 멋도 뛰어나지만

병충해 막는 천년고찰 지킴이죠”

국내 처음으로 단청을 주제로 한 ‘혜명단청박물관’(중구 중앙동3가)이 다음 달 4일 근대 개항장 일대의 인천 예술인촌(10월 개장 예정) 주변에 개관한다.

인천시무형문화재 14호 단청장 기능보유자인 정성길 씨(52)가 30여 년간 수집해 온 단청 목재와 불화, 불상, 무속도 등 2000여 점을 전시하기 위해 상가건물 1, 2층을 박물관으로 꾸몄다. 혜명은 그의 호.

전시품에는 천년 고찰을 보수하다 서까래 부위에서 나온 길이 80cm, 높이 25cm 크기의 연꽃 문양 목재가 있다. 너무 오래돼 단청은 퇴색했지만 목재 양쪽 끝에 새겨진 연꽃 조각이 아주 섬세하고 아름답다.

정 씨는 “‘연봉형 두공첨자’라고 불리는 이 서까래 목재 부재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목재는 사찰 보수 과정에서 버려질 처지에 있었으나 단청작업에 참여했던 정 씨가 수거해왔다.

그가 보관 중인 이 같은 문화재급 전시물은 50여 점에 이른다.

“요즘 오색 채료를 칠하는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여러 사찰이 현대식으로 벽화를 새로 그려 넣고 단청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지식이 부족한 스님들이 오래된 문화재급 탱화, 조각품을 광 속에 처박아 두는 경우가 흔하지요.”

몇몇 스님은 몇 년 전부터 단청박물관을 개관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정 씨에게 창고에 보관 중이던 귀중한 ‘물건’들을 건네주었다.

이 중 경북 상주의 한 고찰의 창고에 있던 토불도 있다.

정 씨는 “이 토불은 150년 이전에 흙으로 빚은 높이 30cm의 석가모니 좌상”이라며 “희귀한 토불인데 박물관을 만든다고 하니까 주지스님이 줬다”고 말했다. 또 인천 문학산 중턱의 한 사찰에서는 170년 전에 그려진 사찰 벽화 ‘신중탱화’를 정 씨에게 기증했다.

경남 통도사에서 국가중요문화재 단청장 48호인 혜각 스님으로부터 단청 기술을 사사한 정 씨는 종교를 초월한 단청 응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소나무는 죽었어도 숨을 쉬는데 단청도 숨 쉬는 것을 도와주면서 병충해 예방, 습도 조절을 해준다”며 “이런 장점 때문에 사찰뿐만 아니라 궁궐, 사당 등 옛 건축물 목재에 단청을 칠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문양에 단청칠을 한 차받침, 벽걸이 등의 문화상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또 예촌거리를 찾게 될 외국인과 학생을 상대로 채화, 단청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고향인 영종도의 용궁사를 자주 찾으면서 단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절엔 조선시대 말 고종의 부친 대원군이 머물면서 친필로 쓴 현액을 보유하고 있다.

정 씨는 1975년부터 혜각 스님에게서 단청기술을 익힌 뒤 불국사, 전등사, 해인사 등 전국 사찰을 돌며 단청과 탱화 보수를 해오고 있다. 2004년부터 학생과 시민을 이끌고 문화유적지를 찾는 문화탐방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032-868-5898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