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 9단 ● 목진석 9단
도전 5번기 2국 총보(1∼158) 덤 6집 반 각 3시간
도저히 죽을 것 같지 않았던 좌변 흑이 죽었다. 참고도 흑 1에 둬도 두 집을 낼 수 없다. 국 후 목진석 9단은 어이가 없어서, 이세돌 9단은 미안한 마음에 한동안 복기를 하지 못했다. 복기를 마치고 일어서는 목 9단에게 흑 153의 패착에 대해 물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활달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그도 충격이 꽤 컸던 듯했다. 승패를 떠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자신을 용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흑 85부터 135에 이르는 목 9단의 수읽기는 압권이었다. 잘 짜인 시나리오처럼 흑은 백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얽어맸다. 흑 103의 맥은 이 9단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42km를 잘 달리던 마라토너 목 9단은 결승선을 앞두고 쓰러졌다.
97수부터 초읽기에 들어간 목 9단은 마지막 1분 초읽기까지 몰리며 온 힘을 쏟아 부었다. 반면에 이 9단은 두 시간도 쓰지 않았다. 노력한 자에게 꼭 행운이 따르는 것은 아닌가 보다.
115…106. 소비 시간 백 1시간 52분, 흑 2시간 59분. 158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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