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고위 간부가 경기대 신임총장 선출에 개입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대는 2004년 소유주인 손종국 당시 총장이 예산 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학교 운영에서 손을 뗀 뒤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대학 이태일 총장이 13일 차기총장 선출을 앞두고 총장 공모에 지원하자 교과부의 엄상현 학술연구정책실장이 그를 만나 ‘총장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엄 실장은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H 씨를 이 대학 차기 총장으로 앉히겠다는 말까지 이 총장에게 했다고 한다.
이 총장은 2003년 열린우리당 공동의장을 지낸 데다 노무현 정부가 2004년 임명한 이 대학 임시이사들에 의해 선임돼 ‘노무현 코드’ 총장으로 분류될 수 있다. 지난 정부의 ‘낙하산 총장’이 연임을 하겠다고 나선 것도 염치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일은 사학(私學)을 바라보는 이명박 정부의 인식과 대응방식이 사학의 자율성을 짓밟았던 노 정부와 놀랄 만큼 닮았다는 사실이다.
교과부 직원들이 총장 선출을 앞두고 이 대학에 드나들었다고 일부 교수들은 증언하고 있다. 엄 실장이 ‘총장 내정자’로 언급했다는 H 씨는 1차 심사를 통과해 6명의 총장 후보 가운데 포함됐다. 교과부 고위 간부가 나서 이 총장을 못 나오게 주저앉히고 특정 인사를 내려보내는 ‘낙하산 공작’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사학을 주인으로부터 빼앗아 좌파 세력에 넘기고 사유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지난 정부와 지금 정부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정부가 비리 대학을 자기 소유물인 양 뒤에서 조종하는 일은 상지대에서도 벌어졌다. 소유주의 비리가 발생한 뒤 10년 동안 이 대학을 운영해온 임시이사들은 전임 이사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무시하고 2003년 정(正)이사를 뽑았다. 이렇게 되면 소유주는 대학을 빼앗기게 된다. 일방적 정이사 선임 결정은 2007년 대법원으로부터 무효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현재는 이사회가 없는 상태인데도 교과부는 얼마 전 새 총장을 뽑게 해줬다. 이 조치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편법이다.
더 심각한 것은 사학을 정부 입맛에 따라 조종하는 구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분규 사학 처리에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대학에 대한 개입을 포기하고 위헌적인 사학법부터 재개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