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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서장훈을 강하게 만든 ‘라이벌’

입력 | 2009-04-01 02:59:00


프로농구 전자랜드 서장훈(35·207cm)은 어쩌면 자신의 사전에서 ‘비교’라는 단어를 지워버리고 싶을지 모른다. 유독 그에게는 라이벌이라는 이름이 붙은 존재가 늘 따라다녔고 이런저런 저울질로 상처를 받기도 해서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휘문고 1년 후배 현주엽(34·195cm)과 그랬다. 연세대에 진학한 서장훈은 고려대에 입학한 현주엽과 자주 대결 구도를 그렸다. 프로에서는 동부 김주성(30·205cm)과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잠잠해지나 했더니 올 시즌 KCC 하승진(24·222cm)이 등장했다.

싸움 붙이기를 좋아하고 약자 편을 들기 마련인 대중의 심리는 서장훈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상대적으로 키가 작으면서 ‘하마’라는 귀여운 애칭이 붙은 현주엽, 어려운 가정환경에 몸이 불편한 부모님 때문에 동정심까지 일으켰던 김주성, 까마득한 후배 하승진은 마치 다윗이라도 된 듯 박수가 집중됐다. 반면 골리앗이란 별명을 무척이나 싫어했던 서장훈은 이겨야 본전이었고 강한 개성에 안티 팬만 늘어갔다.

이런 분위기에 서장훈은 “농구가 개인전인 육상도 아니고 벌써 몇 년째 이게 뭔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내가 천년만년 한결같을 수도 없지 않으냐”고 하소연한 적도 있다.

그런 서장훈이 6강 플레이오프에서 하승진을 앞세운 KCC와 일전을 치르고 있다. 하승진은 “장훈이 형을 꼭 이기고 싶다”는 투지 속에 경기 중 팔을 흔들어 관중의 응원을 유도하는 등 쇼맨십을 발휘하고 있다. 후배의 이런 도발에 서장훈은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도 거친 몸싸움과 허슬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 시절 은사였던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은 “장훈이는 욕심이 많고 지기 싫어한다. 치열한 승부를 펼친 맞수가 있었기에 장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싱거운 독주보다는 함께 달려야 기록도 잘 나온다고 한다. 서장훈에게 치열한 레이스를 펼칠 상대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그를 버티게 한 힘이 아니었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