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선 2009년. 이들은 외면하거나 차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어울려 하나가 되어야 할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다.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에서 만난 물댄동산 안산다문화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표정이 해맑다. 안산=김미옥 기자
마음의 門을 여니 그들이 우리 가슴속에 들어왔다
《2월 2일부터 두 달 동안 연재된 본보의 2009년 다문화 기획시리즈 ‘달라도 다함께-글로벌 코리아, 다문화가 힘이다’ 1부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전문가와 독자들은 “10년 뒤의 미래를 대비하는 시의 적절한 기획이다”,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본보에 소개됐던 다문화 대안학교 ‘광주 새날학교’에는 입학생이 늘고, 후원 단체가 생기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도 했다. 1부를 마무리하며 그 동안의 기사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독자들의 다양하고 생생한 의견을 들어봤다.》
대안학교 전국서 입학 문의…자매결연 - 후원단체 쇄도등
따뜻한 소통 - 교류의 場 마련
한국어 교육 - 빈곤 - 취업 등 이주민들의 고통 헤아리며
정책 - 제도 미비점 보완해야
○ ‘그들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
시리즈가 시작된 이후 구체적인 변화가 생기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3월 11일 소개된 광주 새날학교에는 입학 문의가 잇따르고 자매결연 기관까지 생기는 등 반향이 컸다.
새날학교 이천영 교장(50)은 “기사가 나간 이후 전국에서 입학 문의가 쇄도하고 있고, 추가로 3명이 입학했다”며 “광주지방검찰청과 자매결연을 하고 지원금까지 받았으며 광주시교육청에서도 예산 지원을 검토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광주지검의 김경석 형사1부장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검찰의 관심과 배려는 당연한 일이지만 동아일보의 기획 연재 덕분에 다문화가정 자녀의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범죄의 희생양이 되거나 범죄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검찰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1부가 교육, 문화, 정치,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 점도 흥미로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 법제실 이수진 사무관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주민의 실상과 통합 노력을 소개한 것이 신선했다”며 “문화 간 상호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사례를 더 많이 소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노동부 안경덕 외국인력정책과장은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외국인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고, 광주시 이봉기 가족복지계장은 “‘그들의 문제’를 ‘우리들의 문제’로 끌어당겨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는 뜻 깊은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의 보티튀린 씨(28·부산 사하구)는 “동아일보 기사는 외국에서 시집 온 이주민에서 대한민국의 엄마로 변모한 나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다문화가족에게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바란다”고 부탁했다.
○ 이주민의 고통에도 관심 가져야
따끔한 충고도 이어졌다. 독자들은 이주민들이 우리나라에 거주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관심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대전이주노동자연대 등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충남도의회 홍보계 김영호 씨는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언급이 적어 아쉽다”며 “이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여성문화회관 김대영 씨(37)도 “외국인 및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준비되지 않은 국제결혼의 현황과 문제를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다문화 관련 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행복으로 가는 다문화가정’이란 책을 펴낸 대전의 중도일보 김형중 편집부국장은 “다문화가정지원법이 제정된 후에도 결혼이주여성들이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정부가 다문화 관련 통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등등 제도와 정책의 문제점도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성숙한 다문화사회 디딤돌 되길
전문가와 독자들은 다문화 현상이 우리의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큰 관심을 보였다. 노동부 안경덕 과장은 “다른 문화에 대해 심층적으로 소개함으로써 외국인들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 “우수한 외국인이 살고 싶은 나라, 다시 오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성숙한 다문화사회가 정착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부 장승희 씨(58·서울 중구)도 “앞으로는 다문화가 한국 사회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이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다뤘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홍석기 연구위원은 다문화 사회·정책의 문제점, 개선 사례, 다문화사회의 육성과 활용 방법 등에 대한 관심을 요구했고, 인천여성복지회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허영주 씨는 다문화가정의 기초적 문제인 한국어 교육 문제 해결에 앞장서 달라고 부탁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 100만 명을 넘어선 2009년. 다문화 현상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10∼20년 뒤 우리 사회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큰 기회가 될 수도 있고 큰 비용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문화에 대한 진지하고 따스한 시선이 필요하다.
세명대 고숙희 교수는 “앞으로 다문화라는 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교과, 빈곤, 취업 문제 등에 대한 심층 기획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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