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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빕니다]‘황성옛터’ 가수 이애리수 씨 별세

입력 | 2009-04-02 02:58:00


대중가요로 일제강점기 애환 달래

‘황성의 적(황성옛터)’을 부른 가수 이애리수(본명 이음전·사진) 씨가 3월 31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고인은 1910년 개성에서 태어나 9세 때부터 극단 ‘취성좌’에 들어가 활동했다. 배우로는 ‘부활’의 카투샤 등을 맡았고 가수로는 1930년 ‘군밤타령’ 등이 담긴 첫 앨범을 발표했다. ‘황성의 적’을 비롯해 ‘강남제비’ ‘오동나무 방랑기’ 등을 불렀고 1929년 6월 개인 사정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하자 관객들이 소동을 피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애리수는 서양 이름 ‘앨리스’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2년 4월 음반이 발매된 ‘황성의 적’(왕평 작사·전수린 작곡)은 ‘강남 달’(김서정 작사·곡)과 함께 창작 대중가요의 효시로 꼽힌다. 폐허로 무너진 고려 수도 개성 만월대의 풍경에 빗대어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달랜 노래다.

‘황성의 적’은 당시 5만 장 이상 팔리며 이례적으로 재발매됐고, 1933년 가수 이경설 씨가 ‘고성의 밤’으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김정구 이미자 나훈아 조용필 한영애 등 수많은 후배 가수가 리메이크했으며, 작사가의 고향인 경북 영천시 조양공원에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1934년 ‘꽃 각시 설움’을 발표하고 결혼 이후 모습을 감췄다가 지난해 10월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한 요양시설에서 지낸다는 사실이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슬하에 2남 7녀를 뒀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3일 오전 9시. 031-787-1500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