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북한에서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된 뒤 올 1월 새끼 곰을 자연출산해 화제가 됐던 반달가슴곰이 지난달 31일 폐사한 채 발견됐다. 사진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겨울 출산에 무리하다 탈진 추정… 수컷 새끼는 실종
3월 초순경 지리산 해발 1100m 지점의 한 바위굴.
따뜻한 날씨 때문에 눈 녹은 물이 굴속으로 쉴 새 없이 흘러갔다. 좁은 굴속은 온통 물에 젖은 낙엽과 진흙투성이였다. 바위굴 안에는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겨울잠을 자고 있었다. 품 안에는 젖먹이 새끼 한 마리도 있었다. 어미 곰은 바닥에서 습기와 냉기가 올라오자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부지런히 마른 낙엽을 끌어 모았다.
어미 곰은 끊임없이 흘러들어오는 물로 굴속이 흥건해지자 결국 바위굴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3월 21일 새끼를 입에 물고 바위굴을 나섰다. 동면 기간에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이느라 몸 안의 에너지는 거의 소진된 상태. 힘겹게 150m가량을 이동해 다른 바위굴을 찾았다. 그로부터 열흘이 흐른 지난달 31일 오후 4시경 어미 곰은 새 바위굴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있던 수컷 새끼는 실종됐다.
숨진 어미 곰(NF-10)은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05년 북한에서 들여와 지리산에 방사했다. 지난해 수컷과 교미한 뒤 올해 초 출산한 지리산 반달가슴곰 두 마리 가운데 한 마리다.
▶본보 3월 9일자 A2면 참조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어미 곰이 동면 기간에 출산했고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하다가 탈진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함께 있던 새끼 곰의 행방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복원센터는 수색을 계속할 방침이지만 새끼 곰이 지쳐서 죽거나 다른 야생동물에게 희생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끼 두 마리의 탄생으로 17마리로 늘어났던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다시 15마리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끼를 낳은 다른 반달가슴곰 한 마리(NF-8)는 건강하게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