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2일 열린 ‘2009 서울모터쇼’에는 위기감과 희망이 공존했다. 이날 모터쇼에 참석한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올해 금융위기로 판매가 급감한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첨단 친환경 기술과 제품 경쟁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회생 신청을 한 상황에서도 모터쇼에 참가한 쌍용차의 이유일 공동관리관은 “이번 모터쇼는 쌍용차의 건재함과 회생 의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자리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생계획안 제출을 앞두고 실사가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에서도 계속기업가치가 더 큰 것으로 보고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저희 또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회생 의지를 내비쳤다. 박영태 공동관리인도 “신차 ‘C200’의 출시를 최대한 앞당기고 디젤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주력해 경쟁력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미국 GM의 파산 위기로 타격을 받게 된 GM대우자동차도 차세대 전기차 ‘시보레 볼트’와 차세대 경차 ‘마티즈’를 선보이며 세계시장을 공략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차 사장은 “산업은행의 지원 없이는 올 2분기에 유동성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금흐름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로 GM대우차의 수출이 30% 이상 급감하면서 유동성이 우려된다”며 “전 사업 분야에 걸쳐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말디 사장은 “내년까지 2조5000억 원을 투자해 계속 신차 개발과 생산을 추진할 계획인데 그러려면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며 “산업은행이 대출을 허용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 한국에 진출하는 도요타 브랜드와 관련해 지기라 다이조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원가 절감으로 환율 등 위기 상황에 대응한다는 게 도요타의 기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엔-달러 환율이 계속 불안정하지만 중장기 전략으로 가격에는 큰 변동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에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여 환경지향적 시장을 넓히는 데 일조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장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체계를 유연하게 유지해 생산량과 재고를 적정 수준으로 조절해야 한다”며 “현재 현금 확보가 가장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는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