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호를 받고 있는 자동차회사가 공장 가동을 중단했어요. 고객들에게 살려달라고 애국심에 호소해도 안 됩니다.” 2일 오전 모스크바 남부 바르샤바 거리 러시아 자동차 대표 브랜드인 ‘라다’ 대리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고객의 발길이 끊어진 매장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1월 러시아 정부는 라다와 경쟁하는 외국 자동차에 최고 30%의 관세를 부과한 뒤 라다를 생산하는 ‘아브토바즈(ABTOBAZ)’에 할부금융 금리 인하 등 수많은 특혜를 줬다. 금융위기를 맞은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조치였다.
하지만 요즘 러시아 경제 신문들은 자동차 공장의 가동 중단 소식을 거의 매일 보도하고 있다. 아브토바즈 근로자 5만여 명은 최근 40일간 무급 휴가를 다녀온 뒤에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실정이다. 라다 대리점 직원들은 “보호부역주의가 내수 산업까지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아브토바즈는 러시아 정부의 관세 인상으로 수입 차 가격이 올라간 틈을 타 라다의 가격도 올려 적자 만회를 노렸다. 그러나 수입차와 국산차의 가격이 모두 올라가자 시장이 급격히 움츠러들었다. 2, 3월 러시아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60% 이상 감소했다. 자동차 공장들은 이제 자동차를 팔 곳이 없어 컨베이어 벨트를 세우고 있는 것.
러시아 정부는 최근 자국농가 보호를 위해 관세 인상 품목을 치즈 닭고기 돼지고기 등 식품으로 확대했다. 그렇지만 보호무역주의가 물가불안을 몰고 온다는 게 러시아 언론의 관측이다. 일간 모스크바타임스는 “수입 농산물 관세인상 이후 국내 농산물 가격이 올라 러시아 소비자물가가 올해 말 15% 이상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와 함께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발동했던 우크라이나는 교역상대국으로부터 보복을 받는 처지에 몰렸다. 올해 공산품 수입 관세를 추가로 13% 올렸던 우크라이나는 최근 일본에서 구제금융 50억 달러를 받지 못했다고 러시아 일간 네자비시마야가제타가 보도했다. 일본은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에 관세를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전문가 알렉세이 파블로프 씨는 “관세를 내리면 정부의 재정 수입이 줄어드는 데다 그나마 보호받던 기업들의 줄도산이 우려된다”며 “지금의 보호무역주의는 한 번 발동하면 끊을 수 없는 금단 증세를 동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