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은 일정 어떻게
한국과 유럽연합(EU)의 통상장관이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합의에 실패했지만 통상전문가들은 시기가 다소 늦춰지더라도 한-EU FTA는 결국 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8차례의 협상을 통해 대부분의 쟁점에서 합의를 이룬 데다 양측 수뇌부가 FTA 타결 선언으로 보호무역주의 기류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EU가 관세 환급 문제 등 남은 쟁점에 대한 27개 회원국의 의견을 모으는 대로 조만간 다시 통상장관회담을 열어 최종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늦어도 5월 안에는 회담이 다시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회담에서 FTA 협상이 타결되면 양측은 법률적 검토를 거쳐 1, 2개월 안에 협정문에 가(假)서명을 하게 된다. 이어 EU는 회원국들이 사용하는 23개 언어로 협정문을 번역해 각국에 배포하게 되며, 이후 양측 통상담당 장관이 협정문에 정식 서명한다. 서명 후에는 양측 의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미 FTA 비준동의의 걸림돌이 된 미국산 쇠고기 문제 같은 민감한 이슈가 한-EU FTA에는 없어 비준과정은 상대적으로 순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까지 양국 의회의 비준동의가 끝나면 이르면 내년 1분기(1∼3월)에 한-EU FTA가 발효되는 것도 가능하다. EU가 국가들의 연합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발효 시기는 매우 빠른 것이다. 통상교섭본부 당국자는 “EU가 칠레, 멕시코 등과 FTA를 맺을 때는 개별 회원국 의회의 비준동의를 받느라 수년간 발효가 미뤄졌지만 한-EU FTA는 협상과정에서 이미 회원국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EU 의회의 승인만 받으면 곧바로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