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에서는 모두 쉿!/돈 프리먼 글 그림·이상희 옮김/52쪽·8500원·시공주니어(4∼7세)
어느 토요일 아침, 캐리는 도서관에 간다. 오늘 꺼내 든 책은 ‘동물원 친구들’. 책을 다 읽은 캐리는 자리에서 상상에 잠긴다. “내가 사서 선생님이라면, 동물들만 책을 읽으러 오는 특별한 날을 만들 거야.”
상상 속에서 사서 선생님이 된 캐리는 도서관에 온 동물들을 맞이한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도착한 건 카나리아. 이어 사자, 곰, 코끼리, 공작, 거북이, 기린, 원숭이, 말, 암소 등 다양한 동물들이 차례로 들어온다.
살금살금 기어오는 거북, 화려한 깃털을 당당히 펼치며 들어온 공작새, 앞발로 문을 열고 들어온 곰 등 각 동물의 특징에 맞게 도서관에 입장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 재미있다. 단순한 선으로 그린 그림과 이에 어울리는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감이 간결한 글 내용과 잘 어울린다.
사서답게 캐리는 사자에게 말한다. “도서관 규칙은 잘 알고 있겠지? 여기선 으르렁대면 안 돼.”
덩치 큰 코끼리에겐 “책상 하나를 다 써도 된다”며 의자 네 개를 붙여 주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기린에게는 책꽂이 맨 위에 있는 멋진 키다리 책을 추천해 준다.
왁자지껄 들이닥친 원숭이 가족에게도 얌전히 있으라는 주의를 잊지 않는다. “잘 알겠지만 여긴 동물원이 아니라 도서관이거든.”
현실과 판타지 그리고 다시 현실로 이어지는 이 그림책은 책이 주는 상상의 즐거움을 담아낸다. 상상 속에서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많은 곳이 아니라 흥미진진하고 모험 가득한 일이 펼쳐지는 곳으로 탈바꿈한다.
“쥐 발소리도 안 들릴 만큼 조용”하던 도서관은 쥐 떼가 들어와 얌전히 독서를 하던 동물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면서 금세 아수라장이 된다. 카나리아의 아름다운 노래 덕분에 동물들의 소동은 가라앉고 도서관이 문 닫을 시간이 되자 캐리는 동물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 캐리.
캐리는 ‘노래하는 카나리아’를 빌려 집으로 돌아간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캐리는 또 어떤 상상의 세계를 꿈꿀까.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