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앞날 대비 ‘인생의 우산’ 미리미리 챙기자?
회사원 전모 씨(45·서울 마포구)는 요즘 주말이 되면 서울 시내는 물론이고 인천 송도지구,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등을 오가며 투자할 상가를 물색하고 있다. 명예퇴직 등으로 퇴사한 친구가 주변에 적지 않고 최근 한 선배가 과로로 숨진 것을 본 뒤 미래를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 씨는 “월세가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상가 하나만 갖고 있으면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주변에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있어 든든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50, 60대 이상이 주로 관심을 갖던 상가 투자에 30, 40대가 몰리고 있다.
○ 입찰-청약시장 30, 40대가 절반 넘어
한화건설이 지난달 말 실시한 인천 남동구 ‘한화 꿈에그린월드 인천에코메트로’ 1차 단지 내 상가(51개) 입찰에서는 응찰자 928명 중 40대가 44.8%로 가장 많았다. 30대는 15%로 30, 40대를 합한 비율은 59.8%였다. 이에 비해 50대는 29.3%, 60대는 10.6%였다.
포스코건설이 최근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 D1∼D4 블록에 분양한 테마형 상가 커낼워크(343개)에 청약한 448명 중에서도 40대 비율이 39.1%로 가장 높았다. 30대도 21%나 돼 30, 40대를 합친 비율은 60.1%로 나타났다. 대한주택공사가 지난달 판교신도시에서 실시한 상가(34개) 입찰에서도 응찰자 112명 가운데 40대가 36.6%로 가장 많았다. 30대는 19.6%로 두 연령대를 합치면 56.2%나 돼 절반이 넘었다. 상가당 가격은 에코메트로가 1억∼5억 원, 커낼워크는 3억∼11억 원, 주공 판교상가는 2억∼5억 원이다.
커낼워크 분양대행사인 세원미의 계동욱 기획이사는 “월세를 받길 원하는 청약자가 전체의 70% 정도였고 전문 투자자보다 별도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40대 후반인 한 대학교수는 ‘요즘은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며 투자했다”고 전했다. 에코메트로 분양대행사인 수연개발의 최성용 사장은 “입찰에 응한 40대 회사원 가운데 상당수는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상가를 분양받으면 세를 놓거나 아내에게 가게를 운영하게 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 年 8% 수익… 유사시 대체수입원 각광
부동산업계에서는 은퇴를 앞둔 50, 60대가 대부분이던 상가 투자자의 연령대가 외환위기를 계기로 낮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실질적인 정년이 50대에서 40대로 낮아지자 상대적으로 젊은 회사원들이 투자대열에 합류했다는 설명이다.
계 이사는 “상가는 고정적으로 월세를 받을 수 있고 직장을 잃었을 때 직접 사업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에 외환위기 이후 30, 40대 직장인의 투자가 늘었다”고 풀이했다. 상가뉴스레이다의 선종필 대표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회사생활에 불안을 느낀 직장인들이 대체수입원으로 상가를 찾고 있다”며 “은행 금리가 크게 낮아졌고 주식과 펀드 등은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연간 6∼8%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상가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기가 얼어붙은 지금 상가 시장 중 극히 일부만 호황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아파트 등을 살 때보다 상가에 투자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교통 여건과 배후 수요 등을 분석해 앞으로 상권이 발달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상가나 목 좋은 곳에 나오는 급매물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