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단둥시 ‘이륭양행’은 원래 알려진 곳에서 200여 m 떨어진 건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비밀 연락조직망인 교통국의 아지트였던 중국 랴오닝 성 단둥 시 이륭양행(怡隆洋行) 건물이 현재의 단둥 시 건강교육소(흥륭가 25호)가 아니라 이곳에서 압록강 쪽으로 200여 m 떨어진 건물(옛 단둥 시 제1경공업국)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병호 중국 다롄대 교수는 5일 “중국 단둥 시 당안국(문서관리부서)이 2006년 비공개로 펴낸 ‘심조단둥선위인지적역사(尋조丹東鮮爲人知的歷史·단둥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역사를 찾아서)’ 내용을 입수한 결과 이륜양행이 단둥 시 해관(海關·청나라가 항구에 설치한 무역 세관) 인근에 있었으며 1945년 이후 단둥 시 제1경공업국으로 사용된 건물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3월 보고서의 저자인 당안국 관계자에게서 입수한 일제강점기 단둥 시 상가 분포도에서도 이 같은 이륜양행 위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임시정부는 1919년 5월 아일랜드인 조지 쇼가 경영하던 이륭양행 2층에 비밀 연락조직인 교통국을 설치했다. 1922년까지 교통국은 일제 감시를 피해 △국내, 만주 지역 독립단체들 간의 비밀 통신 업무 △임시정부 자금 모집 △정보 수집 △무기와 지령, 한국 지도의 국내 반입 △독립운동가 소개 등 비밀 임무를 담당했다. 이륭양행은 백범 김구 선생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3·1운동 이후 상하이로 망명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1992년 이후 이륜양행 건물로 알려진 단둥 시 건강교육소는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경영한 다인(多仁)이라는 이름의 치과병원(1층의 적갈색 건물)이었다. 실제 이륜양행 건물은 압록강에서 100여 m 떨어진 곳에 있던 3층짜리 서양식 회색 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1996∼97년경 철거된 뒤 고층 아파트 인근의 홍리취성시중심공원(鴻利聚城市中心公園)의 일부로 변해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유 교수는 이 건물의 철거 직전 사진도 국내 처음 공개했다.
유 교수는 △임시정부 교통국이 이륜양행 2층에 설치됐는데 단둥 시 건강교육소는 원래 1층이다가 1979년에야 2층으로 재건축된 점 △이륜양행이 해상무역회사로 대규모의 화물창고를 갖췄다는 기록이 있는데 단둥 시 건강교육소 건물에 부속 창고가 없다는 점이 단둥 시 건강교육소가 이륜양행 건물이 될 수 없는 근거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런 내용이 담긴 논문을 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리는 한국민족운동사학회 주최(동아일보사, 국가보훈처 후원)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90주년 기념 학술회의 ‘새로운 사료로 본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위상과 활동’에서 발표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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