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궤도 진입 성공”북한 중앙TV 아나운서가 5일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라며 로켓 ‘은하 2호’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2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환외교, 클린턴과 전화 “안보리 대응” 공조
李대통령 “北 로켓 쏘지만 우리는 나무 심는다”
‘따르릉, 따르릉.’ 5일 오전 11시 30분이 막 지나자 한 통의 전화가 청와대 지하벙커에 마련된 위기관리대응센터 상황실로 걸려왔다. 김태영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이 오전 11시 30분 15초에 함경북도 무수단리 소재 발사장에서 발사됐다”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발사 10분 전인 오전 11시 20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는 보고전화가 걸려오자 회의장에는 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타원형 회의 테이블에 둘러앉은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곧바로 대책 논의에 들어갔다. 이미 전날(4일) 안보관계 장관회의 등에서 만들어 놓은 청와대 대변인 발표안과 정부 성명에 대한 마지막 손질을 했다. 합참은 전군에 경계태세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고, 외교통상부는 전 재외공관에 로켓 발사 사실을 통보하고 지침을 내렸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로켓 발사 후 약 30분 만인 낮 12시 브리핑을 통해 ‘단호하고 의연한 대응’ 원칙을 밝혔다.
낮 12시가 넘어서자 지하벙커에 의전비서관실이 준비한 도시락이 배달됐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회의 멤버들은 도시락을 먹으며 마지막 정부 성명 내용을 정리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낮 12시 40분 ‘대한민국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유 장관은 주변국과의 ‘소통’에도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는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오후 4시 10분 청와대 측은 NSC가 끝났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발사한 것이 인공위성인 것 같다는 얘기와 함께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이 시간에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 측은 비공식적으로 오후 7시 24분경 “북한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확인했다.
정부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연한 대응’도 언급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열린 자세로 인내와 일관성을 갖고 북한의 변화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거리 로켓이 발사되면 당장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할 것 같았지만 직접적인 대응은 자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로켓 발사 직전 식목일 기념식수를 하며 “북한은 로켓을 쏘지만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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