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 동해안 - 파주 주민들 표정
軍당국 경계수위 높여
장기간 출어금지 우려
임진각 등 안보관광지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
“남북 관계 악화에 따른 안보 불안도 문제지만 꽃게조업이 중단될까 더 큰 걱정입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5일, 북한과 인접한 인천 옹진군 연평도 어민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3일부터 봄철 꽃게조업이 시작됐지만 로켓이 발사된 데다 연평도 주변 해역의 가시거리가 50m도 되지 않아 해양경찰청이 출항을 통제해 이날 조업은 중단된 상태다.
해양경찰청은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서해와 동해의 최북단 접적해역에서 조업하는 어선을 보호하기 위해 경비함을 증강 배치하는 등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했다. 그러나 어민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따른 불안감보다는 군 당국이 경계수위를 높여 장기간 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평도에서는 어선 60여 척이 매년 4∼6월, 9∼11월 바다에 나가 잡아 온 꽃게를 내다 팔아 생계를 꾸려 나간다. 특히 봄에 잡히는 암 꽃게는 알을 많이 품고 있어 비싼 가격에 팔리기 때문에 조업이 중단될 경우 바로 생계가 막막해진다. 선원으로 일하는 주민들의 일자리도 없어지게 된다.
김광춘 어촌계장(48)은 “연평도에 살면서 북한의 무력 도발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어서 평소처럼 생활하며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며 “제발 꽃게 조업에 차질을 빚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율 주민자치위원장(52)은 “꽃게 조업 이외엔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 어민들은 사실 북한의 동향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정부가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공동 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휴전선이 맞붙어 있는 강원지역 주민들은 남북관계 악화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동해안 최북단지역인 고성군의 어민들은 매년 4∼11월 한시적으로 개방되는 어로한계선 이북 저도어장에서의 조업이 통제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냈다. 한 어민은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저도어장의 어획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얼어붙어 출어가 중단되면 생활이 어렵다”고 걱정했다.
강원 속초시 청학동 실향민촌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이곳에 사는 박재권 씨(77)는 “북한이 세계 각국의 반대를 무시하고 체제 유지를 위해 무모한 배짱을 부린 것 같다”며 “한반도 평화마저 위협받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로켓 발사가 남북 강원도 교류사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류사업이 중단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경기 북부의 접경지역 주민들도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민통선 안쪽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파주 대성동과 통일촌 마을 주민들은 북한의 개성공단 육로 통행 차단, 현대아산 직원 억류와 이번 로켓 발사로 인해 영농철 출입 통제 조치가 내려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한편 강원과 경기 북부 등 안보관광지는 주말을 맞아 평소와 다름없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파주 임진각 관광안내소에는 관광객이 몰고 온 차량 1000여 대가 주차장을 가득 채웠다. 비무장지대(DMZ) 투어가 가능한지 등을 문의하는 시민들의 전화도 잇달았다. 오두산통일전망대도 2000여 명이 찾았다.
관광객들은 망원경을 통해 북한 개풍군 일대를 둘러보며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크게 긴장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간혹 실향민 관광객들이 경색된 남북관계가 장기화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임진각관광안내소 관계자는 “북한의 로켓 발사로 관람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식과 주말이 겹쳐서 그런지 관람객 수는 그리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를 찾은 김정한 씨(32·충북 충주)는 “북한의 로켓 발사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될 것 같아 안타깝다”며 “슬기로운 해법을 모색해 남북 관계가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연평도=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파주=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고성=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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