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경고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도발적이라고 비난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담을 마치고 체코 프라하에서 로켓 발사 소식을 접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스트라스부르=로이터 연합뉴스
첫 외교안보 도전 간주… “반드시 처벌될 것”
논란일던 유럽내 MD기지도 설치 강행 천명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응은 신속하고 단호했다. 로켓이 발사됐을 때, 미국은 휴무일인 토요일 오후 10시 반(미 동부 기준)이었다. 하지만 체코를 방문 중인 오바마 대통령은 발사 1시간 반 만에 성명을 내놓았다. 체코 시간으로 오전 6시가 채 안 돼 잠에서 깬 것. 성명엔 “도발적 행위” “스스로 고립을 더욱 더 심화시켰다” “안보리로 가져가기 위해 즉각 협의할 것” 등의 강한 표현이 담겨 있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는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북한의 어떤 행동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미사일’이란 표현을 썼다. 하지만 이후 기자 간담회 및 연설에선 ‘발사’란 표현만 썼다. 이에 앞서 성명은 북한이 어떤 걸 발사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준비한 것이어서 큰 의미 부여 없이 ‘미사일’이란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 정부 당국자도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은 탑재된 것이 무엇인지 상관없이 추진체를 ‘대포동 2호’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발사의 목적이 뭐라고 천명하든 상관없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개발은 주변과 멀리 있는 나라들을 대량살상무기로 위협하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해 북한이 발사한 게 위성이어도 심각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오전 2만여 프라하 시민이 열광하는 가운데 가진 대중연설에서도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로 이용될 수 있는 로켓을 발사했다”며 위성과 미사일의 구분이 무의미함을 강조하면서 “규칙은 반드시 구속력이 있어야 하며, 위반은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강력한 국제사회의 반응이 필요한 때”라고 북한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은 행동의 필요성, 즉 오늘 오후에 열리는 유엔 안보리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우리의 결의의 필요성을 강조해준다”고 밝혔다. 그는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을 짚어주는 듯 손가락으로 수차례 앞을 향해 찔렀으며 음성은 높고 단호했다.
마침 이 연설은 주요 주제가 ‘지구촌 비핵화 비전’이었다. 그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99년 이 조약에 서명했으나 상원에 의해 비준이 거부됐다. 중국 북한 이집트 인도 파키스탄 이란 이스라엘 등 비준하지 않은 핵기술 보유국들에 대해서도 비준을 촉구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의 핵개발 야욕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논란이 되어 온 유럽 내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기지 설치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도 즉각 심야 콘퍼런스콜(전화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을 비판하고 안보리 차원의 제재 방침을 분명히 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외교장관과 긴급 전화협의를 가졌다.
미 행정부는 이번 주초에 테러지원국 해제, 적성국교역법 해제 등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가 막바지에 취한 조치들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미사일 기술거래 기업에 대한 제재 강화 등 유엔과 별개 차원의 대책을 강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가 일부에선 북한의 로켓 발사를 오바마 정부 출범 후 첫 외교안보 도전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대선 때 예상했던 ‘취임 후 6개월 이내 중대한 외교안보 도전’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시각도 많다. 그런 점에서 대선 때 외교안보 경험 미숙 등의 비판을 받아 온 오바마 대통령이 더욱 단호한 태도를 견지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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