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한 경기침체로 사람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생활전반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금융업계는 위기에 처했지만 초콜릿 제조업체, 속옷 회사, 패스트푸드 업계는 호황을 누리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미국 언론들은 최근 불황이 만들어낸 새로운 소비 행태와 사회적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비타민 판매 증가=뉴욕타임스는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미국 내 비타민 판매가 증가했다고 4일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인포메이션 리소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비타민 매출은 2007년 같은 기간에 비해 8% 증가했다. 미국 전역에 414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비타민 숍'의 경우 최근 6개월 동안 신규 고객이 20%나 늘었다. 이는 병원비가 부담스러워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예방 차원으로 비타민 등 영양제에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결과다. 소비자들이 값비싼 유기농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영양제를 선택하는 것도 한 이유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 감소…경기침체 덕분?=지난해 미국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961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AP통신이 6일 보도했다. AP는 지난해 경기침체와 고유가 여파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을 전문가들이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교통사고 사망자는 3만7313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1961년 3만6285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이며 2007년에 비하면 9.1%나 감소한 것이다.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 애드리언 런드 회장은 "경기침체로 인한 긍정적인 면은 사람들이 운전을 덜 하게 되면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회복 전에 사둘 10가지 물건=경제전문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지난달 31일 경기가 회복되기 전에 사야할 품목 10가지를 선정해 보도했다. 이들 제품은 가격이 평소보다 낮아져 미리 마련해두면 경기가 회복된 뒤 그 가치가 높아지므로 결과적으로 이득이라는 것. 여성의류를 비롯해 △다이아몬드 △장난감 △가구 △랩톱 컴퓨터 △TV △고배당 주식 △주택 △자동차 △여행상품 등이 포함됐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2월 여성의류, 구두, 액세서리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모두 저렴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포브스는 저렴한 의류업체는 생산비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명품 등 고가 의류업체도 대대적인 세일에 돌입해 매출을 늘리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