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지털이미징이 지난달 말 선보인 콤팩트카메라 시리즈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뷰티샷’이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얼굴색이 훨씬 매끄럽고 화사하게 표현된다. ‘뷰티샷’ 기능을 사용하기 전(왼쪽)과 사용했을 때를 비교한 것. 사진 제공 삼성디지털이미징
얼굴 잡티 없애고 눈동자는 더 또렷하게
“디지털 성형을 아시나요?”
언젠가부터 이력서에 붙일 사진을 인쇄하기 전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습니다. 바로 ‘포샵질’(컴퓨터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이용해 사진을 변형시키는 것)입니다. 동네 사진관에서도 피부 잡티를 없애고 피부색을 밝게 해주는 포샵질은 기본 서비스죠.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 기능이 들어간 휴대전화가 대중화되면서 ‘셀카족’(셀프카메라를 많이 찍는 사람들)이 급증했죠. 이때 생겨난 것이 ‘얼짱각도(얼굴이 가장 예쁘고 작게 비치는 카메라의 촬영 각도)’입니다. 사람들은 이렇듯 자신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기억되길 끊임없이 갈망합니다. 기업들은 또 이러한 소비자 욕구를 재빨리 제품에 반영합니다. 포샵질도 얼짱각도도 필요 없이 디지털 기기가 알아서 얼굴을 예쁘게 조정해 주는 기능들을 추가한 것이죠. 이른바 ‘뷰티’ 기능이라고 알려진 것들입니다.
이를 전면에 내세운 기기는 뭐니 뭐니 해도 디지털카메라입니다. 올림푸스한국의 신제품인 ‘뮤-9000’은 손쉬운 작동으로 ‘뷰티모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눈동자를 더 또렷하고 맑게 만들어주면서 피부는 더 부드럽게 묘사해 주죠. 물론 다이얼을 통해 간단하게 설정만 해 두면 이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이 카메라는 최대 16명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고 주간, 야간, 스포츠활동 등 다양한 상황에서 최적의 촬영 조합을 스스로 찾아주죠. 김현지 올림푸스한국 홍보팀장은 “자기만족과 감성,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에 정보기술(IT) 기기들도 이러한 경향에 발맞춰 발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삼성디지털이미징도 지난달 말 내놓은 콤팩트카메라 시리즈에서 뷰티기능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뷰티샷’ 기능을 설정하면 카메라에 내장된 편집기능을 통해 얼굴색을 매끄럽고 화사하게 표현해 주죠. 웃는 얼굴을 감지하는 ‘스마일 샷’과 눈 깜박임을 막아주는 ‘눈 깜박임 검출’ 기능도 있습니다. ‘셀프 포트리트(Self-Portrait)’를 통하면 자신의 모습을 직접 찍을 때는 얼굴이 구도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신호음을 내줍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소장하는 디지털액자나 프린터에서도 보정기능이 들어가 있는 제품이 있습니다. 이른바 2단계 디지털 성형인 셈이죠. 소니코리아의 디지털액자 ‘S-프레임’의 고급형 모델인 ‘DPF-V900’은 버튼을 한 번만 누르면 노출이나 초점을 보완해 주죠. 한국HP의 잉크젯 복합기 ‘포토스마트 C6380’은 눈이 빨갛게 나타나는 ‘적목현상’을 제거해주고 인물의 피부색깔을 부드럽고 세밀하게 표현해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LG전자가 올해 시판할 TV 시리즈에 모두 적용할 ‘컬러 디캔팅’은 조금 다른 개념의 디지털 성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질 기술이 크게 발달하면서 방송 출연자 얼굴에 난 잡티까지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색 영역은 조금 덜 세밀하게 표현하는 ‘2A 샤프니스’ 기술을 추가한 것이죠.
이쯤 되면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거짓말’ 취급을 받아 마땅하겠죠.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도 듭니다. 디지털 기기들이 획일화된 기준으로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보정하다 보면 소중한 나의 개성마저 빼앗기는 게 아닐까요.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