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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하이라이트]또 저 얘기야? 토크 재탕 지겹다

입력 | 2009-04-08 02:58:00


예능프로 출연자들 반복-무단차용 ‘눈살’

‘했던 얘기 또 하고, 남의 얘기를 내 얘기처럼….’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토크 코너’에서 출연자들이 다른 방송에 나온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타인의 일화를 제 것인 양 말하는 일이 잦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출연자도 문제이지만, 그 이야기를 검증해야 하는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눈을 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취자가 보낸 사연을 자기 이야기처럼=최근 논란이 된 프로그램은 KBS2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11시 20분에 방송하는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사진)이다. 4일 출연한 현영은 ‘아는 동생 이야기’라며 이야기를 꺼냈으나 이는 지난해 10월 10일 SBS 파워FM ‘2시 탈출 컬투쇼’에서 시청자가 보낸 사연으로 방송됐던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현영과 제작진은) 라디오 사연으로 방송된 사실을 몰랐다”며 “앞으로 자세히 확인하고 논란이 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샴페인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2월 28일 출연한 개그맨 박성광이 얘기했던 대학 시절 버스에서 겪은 이야기도 마찬가지. 이 일화도 2∼3년 전부터 인터넷과 방송 등에서 여러 차례 나돌고 있는 것이었다.

지난해 11월 29일 출연했던 방송인 김예분이 전직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호칭을 잘못 불러 낭패를 당했다는 에피소드도 이미 라디오 컬투쇼에서 소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2월 30일 샴페인에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다루지 않아 시청자를 혼동하게 했다”며 ‘권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에피소드 무한반복=출연자들이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에서 되풀이하는 경우도 많다. 배우 이보영은 2월 25일 방송된 SBS ‘한밤의 TV연예’에서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했던 옛일을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MBC ‘놀러와’나 KBS ‘상상더하기’에서도 먼저 했던 이야기였다.

MBC가 매주 수요일 오후 11시 5분 방송하는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3월 25일 출연한 배우 장서희가 2005년 성형 논란에 대한 해명한 발언도 방송 나흘전 KBS2 ‘연예가중계’ 인터뷰에서 나왔던 것이다. 올해 초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했던 소녀시대도 KBS2 ‘박중훈 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등에서 비슷한 얘기를 반복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