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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20% 버리기… 핵심 역량에 집중”

입력 | 2009-04-08 02:58:00


中企人-재래시장 찾아 올들어 50회 현장 방문

소통의 철학 실천

■ 홍석우 중소기업청장 인터뷰

“공무원이 자기 소관이던 일을 다른 부처에 떠넘긴다고 하면 ‘제 밥그릇도 못 찾아 먹는다’는 말을 듣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부서나 부처가 있다면 일을 넘겨주는 것도 능력입니다.”

요즘 중소기업청에서는 ‘5기 운동’이 한창이다. 홍석우 중소기업청장(56·사진)이 주도한 이 운동은 정책과 관련해 ‘만들기(새 정책 발굴)’ ‘버리기(불필요한 정책 폐지)’ ‘모으기(유사 정책 통합)’ ‘주고받기(정책 이관·인수)’ ‘고치기(정책 개선)’를 하자는 것이다. 이 가운데 ‘버리기’와 ‘주고받기’가 눈에 띈다. 공무원 사회에서 자기 부처가 만든 정책을 버리거나 넘긴다는 것은 ‘권한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홍 청장은 “정책을 통해 실적을 평가받는 정부 기관이 일을 남에게 넘기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은 버릴 것을 버리면 더 많은 실적을 올릴 수 있다”며 “직원들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 청장의 5기 운동은 그가 지난해 3월 취임 후 시작한 ‘정책 20% 버리기’에서 비롯됐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업무가 중기청의 주 업무인데 너무 많은 지원책을 남발하면 수요 기업들이 혼란을 느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효율이 떨어지는 시책을 적극적으로 통폐합해 취임 당시 171개이던 중소기업 지원시책을 135개로 줄였다. 이것이 발전해 ‘5기 운동’이 됐다. 홍 청장은 “앞으로 직원들이 ‘넘긴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를 갖고 실적이 좋은 직원은 특별 승진시키겠다”고 말했다.

정책 넘기기와 함께 홍 청장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행정 철학은 ‘소통’이다. 이를 위해 그는 전국을 순회하며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듣는 ‘소통마당’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만 약 50차례의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진행했고 30차례 기업과 재래시장 현장을 방문했다. 홍 청장은 “인터넷으로 소통마당 참여 신청을 받는데 형식적인 기업인 간담회보다 훨씬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청장이 최근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중소기업의 인력난이다. ‘좋은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중소기업들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구직난에도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는 것은 대기업에 비해 임금이나 복지여건이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라며 “중소기업의 인력관리 능력을 제고할 만한 다양한 지원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