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로켓 도발 이후 정치권에서 대북특사론이 제기되고 있다. 어제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여러 여야 의원이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오 전 의원을 후보로 거론했다. 야당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정부의 대북정책 탓으로 돌리면서 특사론을 펴고 있다. 민주당 유선호 의원은 “지난 1년의 정책 실패를 인정해 안보전략 및 외교안보라인을 정비한 뒤 대화를 통한 평화적 남북관계 기조로 정책을 수정하라”면서 특사 파견을 주장했다.
유 의원 논리대로라면 특사는 북한에 가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할 판이다. 지난 1년도 과거 10년처럼 퍼주기로 일관했다면 북의 군사기술 투자가 더 활기를 띠었을 것임을 눈감는 전형적인 남남분열 행태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구체적인 대북특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현 단계에서의 대북특사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도 배치된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3일 런던에서 외신회견을 하면서 “북한이 특사를 받을 준비가 되면 하겠다”고 답변한 것은 정부 대응의 혼선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북한의 자세에 전혀 변화가 없는 지금은 로켓 발사 도발에 대해 제재할 방안을 찾는 데 힘을 모을 때다. 미국과 일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 노력을 펴고 있다. 국제공조 차원에서라도, 적어도 정부와 여당은 ‘달래고 떡 주는’ 대북특사 파견 문제를 지금 거론해선 안 된다. 북은 금강산 관광객 사살, 개성공단 흔들기에 이어 현대아산 직원 억류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더니 로켓 도발로 남북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북특사가 아니라 거꾸로 북한으로부터 진사(陳謝)사절을 받아도 모자랄 상황이다.
북한은 로켓 발사가 실패로 드러났는데도 “인공위성을 지구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주민들에게 거짓말을 하며 김정일 위원장 찬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가 내일 열려 김 위원장 3기가 시작된다. 이런 시점에 성사 가능성도, 실효성(實效性)도 없는 특사론을 제기하는 것은 북한의 도발은 덮어두고 그들의 사기만 높여주는 악수(惡手)가 될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여러 차례 대북특사를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도왔을 뿐이고, 이를 위해 우리 국민은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