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부터 영재교육 대상자를 전국 초중고교생의 1%인 7만 명 이상으로 늘린다. 리더십 교육도 강화한다. 2012년이면 서울의 모든 초중학교에는 영재학급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제공 서울시교육청
달라지는 영재교육 정책… “혹시 우리 아이도?”
《서울시교육청은 2009년도 초중고교 신설 영재교육기관에서 교육받을 영재교육 대상자 2610명을 선발한다. 초등학교 영재학급 1540명(수학 과학), 지역교육청 중등영재교육원 520명(수학 과학 미술), 지역교육청 초등영재교육원 220명(미술)은 8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예술분야 영재교육원 및 영재학급 330명(성악 기악 작곡 국악 뮤지컬 미술)은 13∼15일 접수한다. 영재교육 대상자는 직전 연도 말에 뽑지만 최근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 인원이 확대되면서 4월에도 적지 않은 영재교육 대상자를 추가로 선발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기준으로 전국 초중고교생의 0.72%인 영재교육 대상자를 2010년 이후 1%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학-과학 초등3, 예술 초등1
서울 내년부터 조기선발 계획
올해부터 리더십교육도 강화
교육대상 0.7%에서 1%로 확대
● 이달에도 많은 교육대상자 추가 선발
서울시교육청이 이번에 뽑는 학생 중에는 초등학교 5학년이 많은 편이다. 지난해까지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끝내고 올해는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을 늘렸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수학 과학 통합 영재교육을 초등학교 3학년에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올해 말에는 초등학교 2학년 중에서 대상자를 선발할 계획이다.
통합예술 영재교육은 내년부터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영재교육 대상자를 조기 선발한다는 정부의 중장기 방침에 따른 것이다. 2012년에는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체육 분야 영재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 연구능력 신장 위해 프로젝트 중심 교육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는 지난해 영재교육 대상자를 위한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급에 보급한다. ‘영재성’을 띠는 학생들은 사회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리더십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미숙 영재교육센터 소장은 “의사소통과 자기관리, 비전 제시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인성교육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영재는 강한 과제집착력 때문에 주변이나 친구의 일에 무관심할 수 있는데 리더십 교육은 이런 문제를 보완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능력 신장을 위한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도 강화된다. 학생이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가설을 세운 뒤 자료수집과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방식이 크게 늘어나는 것.
영재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중장기적으로 정규 교과시간에도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영재교육은 대부분 수요일이나 토요일을 활용해 방과 후 프로그램(2∼4시간가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 2012년까지 950여 개 전체 초중학교에 1개 이상의 영재학급을 설치할 계획을 밝혔다. 각 시도교육청은 현재 단독으로 영재학급을 설치한 학교를 중심으로 교과시간에도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시범학교를 운영 중이다.
● 시험 없이 선발하는 방안 추진
현재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은 △학교장 추천 △영재성검사 △학문적성검사 △면접 등 4단계로 진행된다. 학교장 추천은 학급 및 교과 담임 교사가 추천한 학생을 학교별 영재추천위원회 심의 또는 내부규정을 통해 학교장이 추천하는 방식이다. 해당영역의 적성, 창의성, 과제집착력이 뛰어난 학생이 추천 대상이다.
영재성검사와 학문적성검사는 창의성과 적성을 점검하는 시험으로 지필고사 형태로 치러진다. 사교육에 의한 ‘만들어진 영재’를 배제하기 위해 매번 출제문제를 달리해 치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중장기적으로 교사 추천으로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학업성적이 뛰어난 학생뿐만 아니라 잠재력이 큰 학생을 많이 뽑기 위해서다. 대학의 입학사정관처럼 영재교육 대상자 선발을 위한 별도의 인력을 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 다양한 경험이 영재성 발견의 기회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그에 따라 능력을 계발할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한다.
숙명여대 교육학부 송인섭 교수는 “자유로운 경험을 통한 자기 능력 계발이 영재성 발현에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서관과 박물관, 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면 아이는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에서 더 많은 지식을 흡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이를 놓치지 않고 포착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또 과제집착력도 영재성의 중요한 판단 기준인데 이것을 키우려면 부모는 지나친 지시를 삼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모의 간섭이 일에 집중하는 영재의 특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아이의 흥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모가 아이의 관심 분야를 제대로 발견하려면 열린 마음으로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대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영재교육 대상자가 되기 위해 영재성검사나 학문적성검사 문제를 많이 푸는 연습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는 지능검사 문제를 많이 푼다고 지능지수가 높아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칫 아이가 흥미를 잃으면 오히려 영재성 계발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