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먼바다서 600km떨어진 강릉 하늘에 전투기 띄워
북한이 5일 오전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을 때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지하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의 대형 스크린에는 북한 로켓의 궤적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해군의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로켓 발사 직후부터 추적해 전송한 것이었다. 이런 궤도 추적은 불과 얼마 전까지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2006년 7월 5일 북한이 대포동2호 등 미사일 7기를 발사했을 때도 한국은 첫 발사 9분 뒤에야 미국으로부터 발사 통보를 받아야 했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던 특급정보를 독자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세종대왕함의 역량을 확인한 군 수뇌부는 매우 고무된 표정이다. 군 고위 소식통은 “세종대왕함이 첫 실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 덕분에 탄도미사일 감시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동해에 배치됐던 미국과 일본 이지스함보다 탐지시간이 더 빨랐다”고 귀띔했다.
세종대왕함의 활약을 둘러싼 이런 뒷얘기에 대해 군 당국은 보안을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다만 군 소식통들은 “이번 세종대왕함의 능력 발휘는 북한의 로켓 발사 전 여러 차례 실시한 실전 같은 미사일 포착훈련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전했다.
세종대왕함은 지난달 실시된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 리졸브’를 전후해 남해상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을 포착하기 위한 최대 탐지거리 점검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은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첨단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인 SPY-1D(V)가 제원대로 최대 1054km 범위의 탄도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지를 최종 확인하는 테스트였다.
당시 세종대왕함은 남해상 먼 바다에 배치돼 강릉 인근 전방기지에서 이륙한 공군 전투기들이 약 3만6000피트(약 11km) 상공까지 상승한 뒤 남하하는 과정의 비행 항적을 추적했다. 세종대왕함과 전투기의 훈련 거리는 약 600km 안팎으로 북한의 로켓 발사 때 세종대왕함의 동해 배치 지역과 무수단리 발사장 거리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기들은 고도를 오르내리며 음속을 돌파하거나 항로를 변경하며 남하했지만 세종대왕함은 이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세종대왕함 전투정보실(CIC)의 대형 화면에 레이더가 포착한 전투기의 속도와 고도, 항적들이 실시간으로 생생히 나타나자 관계자들은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당시 추적 물체의 이동 각도나 고도까지 탐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투기 비행고도를 4만5000피트(약 13.7km) 이상으로 올리려 했으나 전투기의 비행안전을 고려해 3만6000피트 상공에서 훈련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군 핵심 소식통은 “비록 로켓 대신 전투기로 사전 훈련을 했지만 세종대왕함의 성능을 충분히 신뢰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첫 실전 임무에서도 좋은 결실을 거뒀다”고 말했다.
해군은 2012년까지 3척의 이지스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진수식을 하고 현재 성능평가 중인 이지스함 2호인 율곡이이함까지 실전 배치되면 한국군은 더욱 광범위한 탄도미사일 탐지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