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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대북특사 파견을” 청와대 “검토한 적 없다”

입력 | 2009-04-08 02:58:00


靑 “대통령 발언은 원론적”
정치권의 확대해석 경계

“남북대화 재개 도움될것”
국회선 파견 논의 본격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대북특사 파견 논의가 활발하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영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외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수용한다면 대북특사를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대통령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을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7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한승수 국무총리는 대통령 특사를 조기에 파견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 유기준 의원은 “정부에서 현재 대북특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사 파견이 잘 성사되면 오랜 기간 막혔던 남북 대화가 재개되고 전향적인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유선호 의원은 “국무총리급 대북특사 파견으로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돌파하고 현재의 위기 국면을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국면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성곤 의원도 “10·4 선언 이행을 위한 2차 총리회담 개최를 제의하면 어떻겠느냐”며 “가칭 ‘여야정 평화통일위원회’를 구성해 대화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또 “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야당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 시점에서 대북특사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북특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정부 출범 때부터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지만 진지하게 논의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언급해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면이 있지만 당시 기자들이 ‘대북특사를 보낼 것이냐고 물어와 원론적 차원에서 답변한 것일 뿐 큰 의미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북한이 진전되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특사를 보내는 것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 시점에서 대북특사 운운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청와대 내에서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국회 답변에서 “정부가 제의한 남북 대화를 구체화할 방법에는 물론 특사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대북특사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대북특사는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지만 그런 언질을 주신 일이 없다”며 “외국에 특사를 보내겠다는 말에 북한이 포함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