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두산-한화전은 무엇보다 김경문(두산)-김인식(한화) 두 거장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사상 최초 올림픽 금메달을 이끈 김경문 감독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신화를 작성한 김인식 감독. 이들은 OB(두산) 시절 감독과 코치로 한솥밥을 먹으며 동고동락한 사이지만 이제는 적장이 돼 그라운드에서 맞섰다.
○뚝심 VS 뚝심
두산은 젊은 선수 위주의 빠른 발야구가 트레이드마크이며, 한화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앞세운 호방한 스타일의 야구로 대변된다. 그러나 작전에 의한 ‘스몰볼’보다는 선굵은 ‘뚝심의 야구’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이날 승부에서도 이런 색깔이 그대로 투영됐다.
한화는 2회 김태균 이범호 김태완의 연속 안타로 1점을 선취한 뒤 계속된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웬만한 감독이라면 하위타순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희생번트 작전을 썼겠지만 김인식 감독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결국 9번타자 오선진의 2루타로 추가 2점을 뽑았다. 그리고는 3회 김태균의 투런홈런으로 5-0으로 달아났다.
김경문 감독 역시 힘으로 추격전에 나섰다. 김현수가 4회 솔로홈런, 6회 투런홈런을 날리면서 3-5로 쫓아갔다. 왓슨의 솔로홈런으로 4-5로 따라붙은 뒤 대타 최준석의 투런홈런으로 6-5로 전세를 뒤집었다. 무엇보다 7회 선두타자 이대수가 안타로 출루한 뒤 전타석까지 3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던 고영민에게도 강공작전으로 밀어붙였다. 결과는 삼진과 동시에 대주자 이대수의 도루실패로 무산됐지만 야구를 ‘기싸움’으로 보는 김경문 감독의 뚝심이 그대로 묻어났다.
○용병술 VS 용병술
그렇다고 이들이 벤치에서 팔짱을 끼고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에서, 김인식 감독은 WBC에서 ‘신기묘산’의 용병술을 발휘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승부처에서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선수를 교체한다.
김경문 감독은 6회 4-5로 따라붙은 뒤 1사1루 상황에서 이틀전 홈런포를 가동한 포수 최승환 대신 최준석을 대타로 넣어 역전 투런홈런을 이끌어냈다. 최준석은 개막 2연전에서 4타수 무안타였다. 김인식 감독은 역전을 당하긴 했지만 7회 2사1루서 좌완 송진우를 투입하며 연타석 홈런을 친 김현수를 제압했다.
비록 승패는 갈렸지만 사제지간의 ‘힘 대 힘’, ‘자존심 대 자존심’의 맞대결은 팬들에게 야구의 묘미와 재미를 선사한 명승부였다.
대전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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