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500만 달러 받은 사실 없다”
4월 3일 “나는 모르는 일…” 전화 끊어
동아일보는 지난달 19, 20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인이 관리하는 해외 계좌에 500만 달러를 송금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36)가 500만 달러의 송금 과정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있어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LG전자 법인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노 씨와 두 차례 국제전화 통화를 했다. 다음은 노 씨와의 일문일답.
# 3월 20일 첫 통화
―2007년 말∼2008년 초에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가 노건호 씨 계좌로 들어간 정황이 있다고 한다.
“(웃으며) 제가 볼 때는 근거가 없는 얘기다.”
―그런 사실이 없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이와 관련해서는 더는 할 말이 없다.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나. 더는 통화를 삼가주기 바란다. 이만 끊겠다.”
# 4월 3일 두 번째 통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 씨를 아느냐.
“예.”
―연 씨의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금융계좌에서 노 씨 계좌로 돈이 송금됐다는 얘기가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전화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송금된 것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 아니라 모른다는 건가.
“아니다. 지금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다. 죄송하다.”
동아일보는 연 씨가 2007년 12월 박 회장에게 500만 달러 송금을 요청하러 갔을 때 노 씨가 동행했던 것으로 알려진 8일 다시 통화를 시도했으나 노 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노 씨는 2002년 7월 LG전자에 공채로 입사했다. 그해 12월 아버지인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대학 후배와 결혼했다. 그 후 노 씨는 2006년 9월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 과정 유학을 위해 무급 휴직을 했으며 2년여 동안 자비로 공부를 마친 뒤 2008년 10월 LG전자에 복직했다. 노 씨는 올해 1월 미국 법인 과장으로 발령이 나 다시 미국으로 출국해 현재 샌디에이고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편 노 씨는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12월 20일 기자들의 요청으로 기자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노 씨는 ‘전직 대통령 아들들이 불행한 길을 걸어온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경선이 끝나고 아버지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을 때 가족끼리 모여 ‘평범하게 사는 선례를 만들어 보자’며 각오를 다졌다. 평범한 신입사원으로 대해 달라. 대통령의 아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