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적 설계’ 포르투갈 세미나
‘아프리카 오지 주민들에게 백신을 안전하게 전달할 방법을 강구하라.’ 지난해 KAIST ‘새내기 디자인 수업’ 시간에 주어진 과제 중의 하나다. 그동안 선진국들은 백신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접근 도로가 마땅치 않은 데다 테러 단체에 강탈당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박아론 정수한 학생 등은 ‘백신을 주민들에게 전달한다’는 목적에 충실하기로 했다. 조사와 토론 끝에 백신을 공중 낙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낙하 시 파손과 약효 변질을 막을 수 있는 용기를 개발했다. 문제를 목적에 맞게 재설계하는 디자인적 사고를 활용한 것이다.
이들은 이 ‘개발도상국 백신 전달 프로젝트’ 사례를 지난달 26∼29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제5회 공리적 설계 이론 국제 세미나’에서 발표했다.
또 이효나 씨가 ‘최단거리 버스노선 검색 프로그램’, 전병수 정용철 씨가 ‘생체 모방형 다관절 이동성 로봇 개발 사례’를 발표했다. 대학원 석사과정인 박민주 권오훈 씨는 ‘공리적 설계이론과 충돌이론을 적용한 교차로 설계’로 최우수상과 함께 상금 1000달러를 받았다.
이 세미나는 서남표 KAIST 총장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시절 창안한 공리적 설계이론(Axiomatic Design)의 연구결과 등을 발표하는 국제학회. 2000년 미국에서 처음 열린 뒤 2년마다 각국을 돌아가며 열린다.
공리적 설계이론은 소비자가 원하는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기계설계이론. 디자인 수업(4학점)은 이 이론을 토대로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정형화되지 않은 문제를 창의적으로 설계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2008년 정규과목으로 도입됐다. 1, 2학기에 걸쳐 1학년 800명 전원을 대상으로 교수 20명, 조교 40명을 투입해 이론을 가르치고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 과목을 총괄하는 이태식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전공에 관계없이 학부생에게 디자인 수업을 하는 학교는 KAIST가 세계에서 처음”이라며 “국제학회에 학부생이 참가해 직접 발표를 한 것도 전례가 드믄 일”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