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이 “이제 세계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며 중국 패권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차베스 대통령은 8일 베이징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세계의 무게중심이 베이징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현재 중국은 세계를 이끄는 최대 동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보여준 행동은 세계에 긍정적이었다”며 대규모 경기부양 추진 결정을 칭찬했다. 외환보유액 2조 달러로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5860억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차베스 대통령은 7일 밤 베이징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다극화’라는 우리가 꿈꿔 온 새로운 세계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미 제국의 패권이 무너지고 중국 일본 이란 등이 부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후 주석은 “차베스 대통령은 오랜 친구이자 좋은 친구”라며 “취임 이후 6번이나 방중한 것은 경제적 혜택뿐만 아니라 양국의 유대 증진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반겼다.
AP통신은 차베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중국 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서 지난해 말 현재 하루 평균 38만 배럴 수준인 중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수입량을 2013년까지 하루 평균 100만 배럴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에 정유시설 3곳을 건설하고 대형 유조선 4척을 공동 건조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