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장미지(왼쪽) 최세나 양이 출연한 영화 ‘세리와 하르’. 이 작품은 베트남인 엄마를 둔 세리와 필리핀 불법체류자의 딸 하르가 겪는 차별을 다뤘다. 사진 제공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여성영화제 ‘세리와 하르’ 출연 장미지-최세나 양
9∼16일 서울 신촌 아트레온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걸스 온 더 로드’ 부문에서 상영되는 ‘세리와 하르’. 이 작품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엄마 때문에 놀림을 받지만 박세리처럼 골프선수가 되고 싶은 세리와 필리핀 출신 불법체류자의 딸로 언제 추방당할지 모르는 하르의 이야기를 다뤘다.
세리와 하르로 각각 출연한 장미지(15) 최세나 양(16)은 실제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가족을 이루고 산다. 장 양은 필리핀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필리핀에서 살다 몇 해 전 한국으로 전학 왔다. 최 양은 외할아버지가 미국계 인디언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감독님(장수영)에게 ‘세리는 왜 이렇게 우울한 거예요?’라고 물었어요. 세리가 사장에게 비인간적으로 맞는 장면에서는 서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처음 전학 왔을 때 시험에서 0점을 맞았던 기억을 되살려 연기했죠. 한국어를 전혀 몰랐거든요.”(장 양)
하르 역을 맡은 최 양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던 기억을 되살렸다. 소풍갔다가 친구들이 도시락에 흙을 뿌렸던 일, 외국인같이 생겼다고 놀림을 받은 일 등. 최 양은 “사회적 편견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내가 이런 배역을 연기했다는 사실 자체가 또 다른 편견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며 “요즘에는 하루가 다르게 혼혈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소녀를 다룬 신문기사를 읽고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는 2006년 펄벅재단과 국제결혼가정모임을 수소문해 한 달간 오디션 끝에 두 명을 캐스팅했다. 영화 속 하르처럼 불법체류자의 자녀를 캐스팅했다 실제 추방되는 일도 있었다.
예상보다 '세르와 하르'에 대한 관심이 높아 기쁘다는 장 감독은 속편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줄거리는 세리가 차별로 인해 프로골퍼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골프장의 캐디가 된 후 부잣집 아들과 결혼하려 하지만 부모의 반대로 벽에 부닥친다는 줄거리다. 그러자 장양은 "너무 힘들어 다시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배우가 되고 싶다는 최 양은 "당분간 학업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