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빌린 여대생 돈 못갚자 술집 내보내
충격 받은 아버지, 딸 살해한후 자신도 목매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 자택에서 여대생 김모 씨(당시 22세)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틀 뒤 경기 평택시의 한 저수지 옆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김 씨의 아버지(당시 51세)가 낚시꾼에게 발견됐다. 아버지 김 씨가 딸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이들 부녀가 세상을 떠난 것은 무서운 악질 사채업자 때문이었다. 2007년 3월 김 씨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대부업체를 찾은 것이 되돌릴 수 없는 ‘실수’였다. 김 씨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업자 김모 씨(31)에게 300만 원을 빌렸다. 선이자 60만 원을 붙여 360만 원을 매일 4만 원씩 갚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연체 이자와 연리 430%의 강제적인 재대출 등으로 채무는 1년 만에 1500만 원으로 불어났다.
늘어난 빚을 갚을 능력이 없던 김 씨는 결국 사채업자 김 씨에 의해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로 넘겨져 강제로 일해야 했다. 사채업자들은 김 씨의 부모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딸의 빚을 대신 갚으라고 했다. 하지만 사업이 부도가 난 뒤 일정한 직업이 없이 지내던 김 씨의 아버지는 딸의 빚을 대신 갚을 능력이 없었다. 게다가 딸이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사실에 충격과 분노를 이기지 못한 채 딸을 먼저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김 씨 부녀의 사망 사건을 수사한 지 4개월 만에 악질 사채업자 일당을 검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9일 “연 120∼680%의 이자를 챙기고 이를 갚지 못하는 여대생들을 유흥업소에 강제로 취업시키는 등 피해자 212명으로부터 33억여 원을 갈취한 혐의(대부업법 위반 등)로 사채업자 김 씨, 유흥업소 여주인 최모 씨(41) 등 5명을 구속하고 양모 씨(33)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없는지 끝까지 추적해 이 같은 악질 사채업자를 뿌리 뽑겠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김 씨의 친구인 강모 씨(23), 장모 씨(23)도 이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다가 유흥업소에 강제 취업하게 됐고 끊임없이 협박과 강제추행 등에 시달렸다. 악질 사채업자들이 젊은이들의 꿈을 짓밟고 가정까지 망가뜨린 것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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