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아침 투표장에 가기 전에 경기도교육감 선거공보를 살펴보면서 혼란에 빠져들었다. 김진춘 현 경기도교육감은 ‘경기교육이 1등’이라고 주장했다. 교육계의 아카데미상이라는 ‘전국 100대 교육과정’에 4년 연속 최다 입상했고 지난해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에 출전한 한국 대표 16개 팀 중 12개 팀이 경기도 아이들이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올해 한국과학영재학교 합격자 중 경기 출신(50명)이 서울 출신(26명)보다 많은 것도 치적에 포함됐다.
맘에 드는 후보 없는 교육감 선거
올림피아드나 부산영재고에 경기도 출신이 많이 들어갔다고 해서 ‘경기교육이 1등’이라는 주장은 이해가 안 된다. 경기도는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학생 수가 가장 많다. 올림피아드 진출자나 좋은 학교 합격자가 많은 것은 인구비례 측면에서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이런 결과가 공교육 덕분이라고 주장할 근거도 희박하다. 올림피아드나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지도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선거 판이라지만 이런 억지를 부끄러움 없이 선거공보에 집어넣는 교육감의 판단력이 의심스러웠다.
진보 진영 김상곤 후보의 선거공보도 미덥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김 후보는 “소수만을 위한 이명박식 특권교육은 안 된다”며 이명박식 특권교육을 추종하는 경기교육을 바꾸겠다고 주장했다. 그가 특권교육의 증거라고 제시한 것은 특정 외고에 대한 2004∼2008년 예산지원액이 일반고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과 경기도 학생의 학력이 전국 최하위(16개 시도 중 15위) 수준이라는 점이었다.
특목고 지원액이 많은 점은 불공평하다고 볼 수 있지만 특목고를 허가한 것이 이명박 정부도 아닌데 ‘이명박 특권교육’이라는 딱지 붙이기도 설득력이 없었다. 경기도 학생의 학력수준은 ‘경기도 쇼크’라고 불러도 될 만큼 낮은 것이 사실이다. 전국 최고의 학급당 학생 수에다 농촌 및 공단지역 학교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해법은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김 후보도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육복지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경기도 최저 학력’의 근거자료로 내세운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인용해 선거운동을 해놓고 그 시험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위선이다.
이 두 사람을 포함한 다섯 후보의 선거공보를 꼼꼼히 읽으며 머리카락을 쥐어뜯을 만큼 고민을 했지만 내 아이의 교육을 믿고 맡길 만한 적절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최선(最善) 아니면 차악(次惡)’이려니 하는 마음에서 한 후보자를 염두에 두고 투표장으로 향했는데 웬걸, 내가 ‘1번 타자’로 온 것 같았다. 투표자는 나 한 명뿐인데 선거관리와 감시요원이 10명이 넘어 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各自圖生하면 공교육이 죽는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이 역대 최저인 12.3%를 기록한 가운데 전교조가 미는 김상곤 후보가 당선되었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 영역인 만큼 경기도 교육이 정부와 똑같이 갈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정작 그날 나를 슬프게 한 것은 평소 아이 교육이라면 맨발로 마라톤이라도 뛸 것 같던 ‘맹자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점이었다. 유권자들이 교육의 큰 그림을 생각하지 못하고 내 아이만 챙기는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나가면 교육을 이념투쟁으로 생각하는 집단과의 싸움에서 패하는 것은 학부모들이다. 투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초등 1학년 아들 녀석은 ‘(재량휴업일이라) 오늘 학교 안 간다’며 좋아라 하고 있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