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에 플뢰게(오른쪽)가 디자인한 작업복을 입고 함께한 구스타프 클림트. 사진 제공 문화에이치디
“나를 알고 싶다면 내 그림을 보라”
얼마나 많은 절망과 열정의 순간을 함께 견뎌냈을까. 어깨에 흰색 자수가 놓인 푸른 작업복. 클림트 한국전의 첫머리에서 만난 옷에서 화가의 숨결과 기척이 느껴진다.
영혼의 동반자이던 에밀리에 플뢰게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온종일 작업에 몰두했던 화가. 평생 자화상을 남기지 않고 “나에 대해 알고 싶으면 내 그림을 보라”고 할 만큼 오직 그리는 것만이 욕망의 전부였다.
그 과정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듯 삶의 바닥과 꼭대기를 두루 경험한다. 궁핍한 가정에서 태어나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얻은 장식화가. 달콤한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고정관념을 뒤집고 금기에 대들고 관습에 저항하는 길을 선택한다. 그의 도전은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세월이 흐른 뒤 흉터는 빛나는 훈장이 된다. 그가 세기말의 혁신적 화가로 자리매김한 것은 자신이 이룩한 것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평론가 베르타 추커칸들은 클림트를 이렇게 표현했다. ‘같은 조상에게서 태어난 외로운 개인, 고립된 자, 원시적이면서 세련되고, 단순하면서 복잡한, 그러나 언제나 영혼을 간직한 사람.’ 이런 모순과 양면성은 그의 삶과 작품의 뿌리였다. 세상이 뭐라든 온 힘을 다해 자기 마음이 가리키는 대로 살던 클림트. 자신의 삶과 예술을 향한 욕망에 충실한 그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바로 ‘언제나 너 자신으로 살아라’는 것이 아닐까.
‘이 세상 가장 먼 길/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길/나는 나로부터 너무 멀리 걸어왔다/내가 나로부터 멀어지는 동안/몸속 유숙하던 그 많은,/허황된 것들로/때로 황홀했고 때로 괴로웠다’(이재무의 ‘먼길’)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클림트 작품 소개 오늘로 마칩니다.
▲동아닷컴 백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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