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 만들기/벤 브래들리 지음·김영배 옮김/458쪽·1만8000원·프레시안북
1972년 일어난 ‘3류 절도사건’을 미국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낸 ‘워터게이트’로 발전시킨 ‘워싱턴포스트’의 추적은 이 신문을 세계적 권위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당시 편집국장인 벤 브래들리는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틴 등 두 기자의 활약과 사주인 캐서린 그레이엄의 절대적 지지 속에서 닉슨 정부의 거짓말을 낱낱이 드러냈다.
29년간의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 시절을 포함해 브래들리의 기자 인생을 담은 이 자서전은 저널리즘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신문은 거짓말을 쓴다”는 닉슨의 불평에 대해 브래들리는 이렇게 답한다. “언론이 항상 진실만을 쓸 순 없지만 진실을 드러내는 과정을 밟아 나간다.”
브래들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고 술회했다. 워터게이트나 펜타곤 보고서(미국의 베트남전쟁 개입 과정을 다룬 극비 문서) 사건같이 국가안보를 핑계로 압력을 가해올 때 그는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지를 판단해야 했다. 그는 “진실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 때문에 절대 위축되지 말라”고 말한다.
그는 영광의 순간뿐 아니라 자신의 신문 인생에 먹칠한 재닛 쿡 기자 사건도 언급했다. 8세의 헤로인 중독자를 다룬 1면 기사(1980년 9월 28일)가 결국은 쿡의 작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과정도 자세히 밝히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