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게 사는 법/고미 타로 글 그림·강방화 옮김/52쪽·1만2000원·한림출판사(4∼7세)
쓰레기는 보통 이렇게 분류된다.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쓰레기, 종이 쓰레기, 병 쓰레기….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쓰레기 제대로 분류하는 법’은 좀 다르다. ‘어쩔 수 없어요’ 쓰레기(작아진 모자나 쓰기 불편한 지우개 같은 것들이다), ‘미안해요’ 쓰레기(물 주는 것을 깜박해 시든 화분이나 뚜껑을 잃어버려 굳은 물감), ‘고마웠어요’ 쓰레기(다 쓴 건전지나 빈 과자봉투), ‘잘못했어요’ 쓰레기(선생님이 추천했지만 하나도 안 읽은 책)다. 이 그림책은 제목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상속의 유쾌한 지혜 33가지를 담았다. 코끼리를 제대로 감상하는 법, 홈런을 제대로 치는 법, 생선을 제대로 먹는 법…. 단, 여기서 ‘제대로’는 저자 맘대로 생각한 ‘제대로’ 된 방법들이다.
‘도시락 제대로 싸는 법’을 보자. 엄마가 싸준 ‘영양 만점 도시락’이나 ‘멋진 도시락’, 심지어 ‘맛있는 도시락’도 아쉽지만 ‘제대로 된 도시락’이 아니다.
“… ‘제대로 된 도시락’은 짝꿍이 보고 ‘내 것보다 맛있어 보인다’ ‘반찬을 바꿔 먹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도시락입니다. 옛날부터 그런 시선을 받는 것이 도시락의 운명이었지요. 어머니들은 ‘제대로 된 도시락’을 싸기 위해 힘 써주시기 바랍니다.”
카툰 스타일의 귀여운 그림과 위트 있는 글을 읽다 보면 쿡쿡 웃음이 나온다. ‘노래를 제대로 부르는 법’에서는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노래의 속성을 유쾌하게 소개한다. “어디서 오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노래는 날아옵니다. 그리고 사람 안으로 쏙 들어옵니다. 들어와서는 당장 나가고 싶어 해요. 노래란 원래 그렇거든요. 그리고 무작정 입으로 나옵니다. 그게 바로 노래입니다. 그러니까 친구가 노래를 잘 못 불러도 친구를 탓할 순 없습니다. 날아 들어온 ‘노래’ 탓이니까요.”
이 책엔 ‘뻔한 교훈’은 없다. 친구와 싸우지 말라고, 싸우려면 정정당당하게 싸우다가 상대방이 항복하면 즉시 싸움을 멈추고 시원하게 화해하라고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건 드라마나 책에서나 나오는 이상적인 얘기”라고 말한다.
“…왜 싸움을 하는지, 왜 싸움이 벌어지는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떡하면 싸움을 안 해도 되는지도 잘 모르지요. 즉, 싸움을 하고 나서 그런 점을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야말로 싸움을 제대로 하는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른이 보면 마음 한구석이 뜨끔할 만한 내용도 있다. ‘꾸중을 제대로 듣는 법’은 오히려 어른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꾸중을 제대로 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고미 타로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다.
“꾸중을 제대로 들으려면 꾸중 듣는 원인을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거니와 꾸중하는 사람의 마음을 여러모로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꾸중하는 사람의 마음과 원인으로는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A.나쁜 짓을 했다면 따끔하게 꾸중해야 한다. B.괜히 짜증이 나 나도 모르게 꾸중을 해버렸다. C.날마다 장난을 치니 열을 받았다. D.내가 어렸을 때 꾸중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보복하는 기분이다. E.아이든 어른이든 상관없이 나쁜 짓은 그냥 넘기지 못하는 성격이다. F.아이는 꾸중을 들으면서 큰다고 생각한다. G.꾸중을 할 때 왠지 기분이 좋다. H.어른은 아이에게 꾸중하는 게 일이다. 그것이 어른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