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9일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의 ‘제한적 본인확인제’ 적용을 거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란 인터넷에 글이나 동영상을 올리기 전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만 다른 이용자들은 실명을 볼 수 없는 낮은 단계의 실명제다. 구글은 이런 절차가 익명을 기반으로 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에선 동영상이나 게시글을 올릴 수 없도록 차단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실명제 도입은 전 세계 누리꾼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정권으로 비판받을 일”이라며 “(구글이 본인확인제를 거부한 것은) 인터넷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 이명박 정권의 자승자박”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하지만 본인확인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7월 도입된 제도다. 올 4월부터 적용대상이 확대되며 유튜브가 포함됐을 뿐이다. 당시 정부는 해외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제도지만 익명의 언어폭력이 판치는 사이버 공간에 최소한의 피해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본인확인제를 도입했다.
이를 거부한 구글을 자유의 화신처럼 받드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구글은 진출 국가의 현지법에 따르지 않는 이유를 “표현의 자유를 위한 결정”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중국에 진출할 때 중국 정부의 검색 결과 검열에 동의한 바 있다.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라면 현지법을 따른다’는 전례를 남긴 것이다. 구글은 한국에서도 이미 검색결과와 관련해서는 미국에서와 달리 청소년보호법 규정에 의한 필터링을 하고 있다. 사업상 유불리에 따라 취사선택 식으로 법망을 피하며 사업을 하는 셈이다. 더구나 유튜브가 한국 사이트의 업로드 기능을 없앴지만 한국에서도 해외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한글을 선택하면 글과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한 국가의 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하지만 인터넷 사회에서는 2000년 미국 야후가 나치 관련 상품 판매와 관련해 프랑스에서 벌인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한 뒤부터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지만 사업자는 해당 국가의 제도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 됐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많은 다국적 기업이 한국의 법을 따르고 있는데 구글만 예외일 이유는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일로 다른 인터넷 사업자들이 구글과 같이 국내법을 조롱하며 해외를 경유해 사업을 하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돈을 좇는 사업자인 구글을 ‘자유의 화신’인 양 치켜세우며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황당한 일일뿐더러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김용석 산업부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