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이든 가장 뒤숭숭할 때는 역시 인사철이다. 은밀한 술렁임이 일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 자리를 두고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 경쟁하게 되면 ‘소리’가 난다. 요즘 교육과학기술부 차관보(?) 인사를 둘러싸고 흘러나오는 잡음을 듣고 있으면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교과부가 행정안전부에 보낸 조직개편안에는 학교정책, 교육복지지원, 평생직업교육을 총괄하는 차관보 신설 방안이 들어 있다. 조직개편안이 언제 통과될지도 모르는데 이미 차관보로 불리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교과부 조직의 두 축인 일반직과 교육전문직 중 누가 차관보를 차지할 것인지를 두고 집단 간 자존심을 건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경은 이렇다. 과거 부총리 부서 시절 교과부에는 일반직 몫인 차관보와 전문직 몫인 학교정책실장 자리가 있었다. 두 집단 모두 ‘고위직’을 하나씩 갖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지면서 두 자리는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그러다가 이번 조직개편에서 그중 한 자리가 살아난다고 하니 서로 “당연히 우리 몫”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양쪽 모두 교과부 안팎에서 자기네가 차관보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리느라 분주하다.
일반직은 ‘차관보는 원래 일반직이 해온 자리다’ ‘차관보가 맡을 업무가 초중등 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교육부 전직 고위 공무원의 이름이 자천타천으로 돌고 있기도 하다. 전문직은 ‘이번에 차관보를 만드는 이유가 과중한 초중등 교육 업무를 관장하기 위한 것이다’ ‘차관보 자리를 살리기 위해 전문직 단체가 막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벌써 “내가 힘을 썼노라”며 차관보 내정자인 양 행동하는 인사까지 등장했다.
착잡하다. 차관보 같은 중책이라면 과연 그 일에 누가 가장 적합한지가 먼저 고려돼야 한다. 그 업무를 잘 아는 사람, 그만한 조직을 통솔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그런 논의는 들어보기 힘들다. 차관보 자리가 누구에게 돌아가더라도 어느 한 쪽에선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정작 인사권자인 교과부 장차관은 아무 말이 없다. 상황을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인지. 어느 쪽이든 조직 관리자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오늘도 교과부 안팎에선 장관은 누구 편, 차관은 누구 편이라는 소문만 무성해지고 있다.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