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뇌→근육 협응과정이 인체 동작… 핸드볼서 3.3m 수비벽 뚫는 순간판단
최근 핸드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년 주기의 올림픽 때만 반짝 인기를 끌어 ‘한데볼’이라는 우울한 별칭도 얻었지만, 영화 ‘우생순’의 감동과 지난 해 베이징올림픽에서의 선전 등으로 핸드볼에 대한 관심은 과거 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프로화를 향한 첫 단계인 핸드볼슈퍼리그가 10일 개막돼 장기 레이스에 돌입했고, 정·재계인사와 핸드볼인들이 모여 한국핸드볼발전재단을 설립한 것을 보면, 인기나 그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핸드볼발전재단은 핸드볼 장기발전 방안을 수립하고,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제2의 윤경신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세계 최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핸드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윤경신(두산·36)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그는 2009년 핸드볼큰잔치에서 신기록 하나를 추가했다. 537골로 역대 최다득점기록을 경신한 것이다(종전 최고 기록은 한국체대 백상서 교수의 536골). 이처럼 윤경신은 30대 중반을 넘기고도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주 스포츠&사이언스에서는 윤경신이 건재할 수 있는 비결을 집중 분석해본다.
한국 핸드볼은 올림픽 효자 종목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1984년 LA대회부터 여자는 금2, 은3, 동1, 남자는 은메달 1개를 획득함으로써 유럽 국가로 가득 찬 세계정상권에 유일한 아시아 국가로 포함돼 자존심을 지켰다. 구기 종목 중 가장 경쟁력 높은 종목이기도 하다. 신장과 체격이 유럽보다 열세인 한국이 이처럼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윤경신이 핸드볼 종주국 독일에서 6년 연속 득점왕, 국제핸드볼연맹(IHF)선정 2002년 올해의 선수, 독일 분데스리가 개인최다 득점기록 등 화려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핸드볼은 7명의 선수 가운데 1명의 골키퍼를 제외한 6명의 선수가 공격과 수비에 모두 참여하는 경기다. 수비는 공격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으로서 유럽 팀은 대인방어보다 지역방어 전술을 주로 사용한다. 6명의 수비수 가운데 골에어리어라인 중앙 골키퍼 앞에 서있는 수비수는 신장이 2m 이상이고, 팔을 올리면 2.8m 정도다.
이 높이는 상대 슛을 막는 벽으로 작용하며, 점프 시에는 3.3m 이상의 높은 수비벽을 쌓아 상대의 슛에 대한 1차 방어벽 역할을 한다. 이런 1차 방어벽은 높이 2m, 폭 3m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의 활동을 수월하게 해준다. 이런 두터운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슈터의 신장이 더 크거나 개인기가 뛰어나야 한다. 특히 페인팅동작으로 상대 방어벽을 무너뜨리거나 시속 100km이상의 빠른 슛, 골키퍼의 이동을 보고 빈 곳으로 공의 방향을 바꾸는 순간적인 손목 전환 등의 기술을 갖춰야 한다.
○반복 훈련과 동작의 자동화로 이룬 성과
인체 동작은 감각 수용기(눈, 귀, 피부 등)를 통해 수집된 정보들이 감각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고, 뇌에서 이를 분석해 판단한 다음, 운동신경을 통해 근육에 명령을 전달함으로써 이뤄진다. 이를 자극과 반응, 신경과 근육의 협응 과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 동작 수행시간이 점차 짧아지고 자동화된다. 또한 큰 동작도 보다 세밀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고, 일정한 형태의 동작이 가능해지므로 실패 동작이 적어지며 효율성도 높아진다. 이를 동작의 자동화라고 부른다.
과거 코미디언 배삼룡씨는 구봉서씨한테 뺨 맞는 연기를 할 때, 맞고 난 다음에야 뒤늦게 손을 올려 막는 동작을 취하는 바보스런 동작을 취하곤 했다. 느린 동작, 어쩌면 비정상적인 자극과 반응 동작을 보여준 장면인데, 이런 상황은 스포츠에서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야구에서 타자가 공을 칠 때 공이 미트에 이미 들어간 뒤의 헛스윙과 비슷하다.
독일에서 6년 연속 득점왕, 1995·1997년 세계선수권 득점왕, 국제핸드볼연맹 선정 올해의 선수상을 획득한 윤경신이 위대한 선수로 기억될 수 있었던 비결은 피나는 반복 훈련의 결과였다. 윤경신 스스로도 그렇게 말한다. 상대의 높은 벽을 뚫기 위한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슛 페인팅이라는 공격기술을 여러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훈련, 하나하나의 동작을 자동화한 결과이며, 계속되는 반복훈련이 결국 신경과 근육의 협응 시간, 즉 신경 전달속도를 다른 선수보다 한 타임 빠르게 만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핸드볼에서 선수가 사용하려는 기술 동작이 상대방보다 늦게 이루어지거나 시도 방향이 미리 감지되면 동작을 성공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 2의 윤경신을 꿈꾸는 선수라면 이 점을 반드시 되새겨야한다.
윤성원 KISS 수석연구원
정리|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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