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명품패션’ 새 트렌드로 자리잡아
《디자인이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면서 자동차와 패션의 만남이 부쩍 늘고 있다. 업종 간의 제휴협력, 이른바 ‘콜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이다. 전자제품에 이어 자동차도 명품 패션 브랜드를 만나면서 이동수단이라는 개념을 벗어나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 프라다 입은 제네시스
현대자동차는 최근 열린 2009 서울모터쇼에서 ‘제네시스 프라다’를 선보였다. 공개된 제네시스 프라다는 외관부터 달랐다. 현대차의 제네시스가 프라다의 옷을 입은 듯한 모습이었다.
외장색은 무광(無光) 다크 블루. 고급차일수록 강조되는 외장 광택을 과감히 배제했다. 라디에이터 그릴, 엠블럼, 아웃사이드 핸들 등 기존 제네시스에 유광 크롬 도금이 적용된 부분도 다크 무광 도금으로 대신했다. 제네시스 보디를 스포티한 느낌으로 재해석해 새롭게 디자인된 20인치 앨로이휠과 날카로운 디자인의 외장 안테나가 새롭게 적용됐다. 세련된 블랙 컬러와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상징되는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이미지가 강조된 차체였다. 내장 디자인도 차별화했다. 시트에 프라다 특유의 아이보리 가죽을 입히고 천장에는 섬세한 느낌의 초극세사를 썼다. 운전대와 계기반에는 짙은 파란색을 써 아이보리 시트와 선명하게 대비되도록 했다.
이번에 공개된 제네시스 프라다는 현대차와 프라다가 공동 제작한 첫 번째 모델이다. 세계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다지고 있는 현대차는 지난해 11월부터 프라다와 접촉해 ‘제네시스 스페셜 에디션’ 개발 작업을 추진했다. 프라다의 디자인팀이 이탈리아 투스카니에 위치한 디자인센터에서 4개월간 디자인 변경 작업을 거쳐 제네시스 프라다를 내놓았고 올 8월경 추가로 2대를 더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된 1대는 앞으로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 전시된다. 나머지 2대는 올 10월경 경매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프리미엄 세단에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프라다의 소재와 디자인 감각을 적용한 것”이라며 “제네시스 프라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시너지 효과 극대화
패션 브랜드와의 만남은 외국 자동차 브랜드에서 더 적극적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의 이정한 마케팅 총괄 이사는 “패션과 자동차의 만남이 적절히 이뤄지면 서로의 이미지를 동반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자동차는 패션 브랜드를 통해 예술적 이미지와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더할 수 있고, 패션 브랜드는 고급 자동차를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배가할 수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인피니티는 3월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루이비통의 스페셜 에디션 가방을 선보였다. 콘셉트카 ‘에센스’의 트렁크에 꼭 맞춘 여행용 가방으로, 차량의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됐다. 루이비통은 선을 중시하는 인피니티의 디자인 철학에 맞춰 여행용 가방을 딱딱한 사각형이 아닌 유선형 라인으로 마감했다. 인피니티는 루이비통 가방을 위해 자동으로 작동하는 트렁크 도어와 슬라이딩 방식의 바닥면을 차량에 적용했다.
아우디 코리아는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디자이너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Q5’ 등 아우디의 세련되고 역동적인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남성복 디자이너 정욱준 씨에게 모델 의상을 맡겨 패션쇼를 방불케 하는 차량 발표회를 선보였다. 폴크스바겐도 2월 4도어 쿠페 ‘CC’ 출시 행사에서 우아함을 강조하기 위해 페라가모와 제휴 마케팅을 펼쳤다. 앞서 2007년에는 ‘골프 GTI 파렌하이트’ 50대를 한정 판매하면서 정 씨와 공동 제작한 가방을 선보이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에는 ‘CLK 조르조 아르마니 디자인카’가 있다. 4인승 스포츠카 ‘CLK 카브리올레’를 기본 바탕으로 색상과 인테리어 등에 아르마니의 손길이 더해져 2004년 100대가 한정 출시되자마자 매진됐다. 이처럼 외제차에서 고전이 된 패션과의 만남이 국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