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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은행 ‘구제금융 집행’ 신경전

입력 | 2009-04-14 03:01:00


임원 연봉-회계 규제 갈등

부실자산 처분 놓고도 마찰

미국의 구제금융 자금 집행을 놓고 ‘받는 자’와 ‘주는 자’ 사이의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도권은 자금을 투입하는 정부가 쥐고 있지만, 정부의 까다로운 규제와 요구 조건에 맞서려는 금융회사들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은행과 정부(규제기관)와의 한판 싸움이 벌어질 조짐”이라고까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 정부는 최근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따른 구제금융 대상 은행들을 상대로 집행의 적정성 및 회계장부 조작 가능성 등을 조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보너스 사태로 집중 난타당한 AIG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를 전담하는 닐 바로프스키 특별조사관은 “은행들이 구제금융 자금과 관련해 장부를 조작했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TARP 경찰’로 불리는 바로프스키 조사관은 “잘못된 회계장부나 사기와 관련된 수사 사건이 10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제금융을 받은 모든 은행에 사용 명세를 상세하게 밝히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으며 분석 작업을 거쳐 곧 예비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TARP 자금을 받는 금융회사 임원들의 연봉 상한선을 정하고 해외 인력의 채용규모를 제한하는 등 여러 제약을 가하고 있다. 특히 금융구제 자금 규모가 고갈되고 의회에 추가 자금집행의 승인을 요청해야 할 상황에 놓이면서 이런 압박은 더 심해지는 분위기다.

이에 맞서 재무상태가 상대적으로 건실한 대형 은행들은 TARP 자금을 일정보다 빨리 상환해 정부의 각종 규제를 피해가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주 선 뱅코프가 TARP 자금을 받은 지 석 달 만에 8930만 달러의 자금을 상환하면서 조기 상환한 은행은 벌써 6곳으로 늘어난 상태.

금융회사들은 자금 상환 시 높은 이자율을 부담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계속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몬 회장 등은 2주 전 백악관 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들은 미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독성 자산(toxic asset)’ 정리에도 일단은 소극적이다. 그 과정에서 재무제표에 부실자산 규모가 공개되면서 거액을 상각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매각할 부실 자산의 가격을 놓고도 은행들은 “투자자들의 계산보다 많이 받아야 한다”며 버티고 있다.

정부가 19개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스트레스 테스트’는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는 변수다. 은행들은 정부가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최고경영자(CEO)나 이사진 교체, 경영방식의 변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GM의 릭 왜거너 회장이 정부의 요구에 결국 물러난 전례가 이런 우려를 높였다. 하지만 웰스파고 은행이 예상보다 좋은 1분기 실적을 내면서 정부와의 협상력도 지난해보다는 커졌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앞으로 몇 주간이 금융계와 정부의 구제금융안 모두에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